매일신문

[동행]경북을 걷다-영천, 그림이야기

김윤종 작 - 얼음꽃 핀 보현산

하늘은 높고 새털 구름은 낮게 드리웠다. 산 아래는 눈이 왔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건만 정상에 핀 얼음꽃은 황홀경에 젖어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흰색 털옷을 껴입은 듯 가지마다 잎새마다 얼음꽃이 가득하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면 오히려 그 맛이 덜했을 터. 정상에 오른 사람에게만 허락하듯 아껴서 남겨둔 겨울 끝자락의 보물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 구름이 드리웠고, 솔숲이 우거진 짙푸른 산을 배경으로 흰 눈이 가득했다. 하늘과 구름, 들판을 즐겨그리는 작가 김윤종은 "그저 내린 눈이 쌓여서 생긴 눈꽃이 아니라 바람에 휘날리던 눈발이 가지에 붙잡혀 생긴 얼음꽃이다보니 더욱 아름답다"며 "보현산에 올라 이런 절경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했다. 얼음꽃이 만발한 숲의 뒤편에 자리잡은 산이 바로 작은 보현산이고, 그 산줄기에 웰빙숲길이 굽이굽이 돌고 있다. 내년에도 함박눈이 내린 뒤 세찬 바람이 불고나면 이런 얼음꽃을 만날 수 있을까? 오는 봄이 반갑지만 가는 겨울도 아쉬운 대목에서 때마침 만난 기꺼운 풍경이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