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금융사기사건의 진실

증권사가 투자자금을 많이 모으고 싶다고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도록 많이 얻어야 할 것이다. 만일 3년간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전망을 해온 증권사라면 누구나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고서라도 돈을 맡기고 싶어할 것이다. 다음과 같이 한다면 어떨까? 투자자를 8개의 그룹으로 나눈다. 그리고 연초에 4개의 그룹에는 긍정적 전망을 한 보고서를, 나머지 4개의 그룹에는 부정적 전망을 한 보고서를 보낸다. 다음해에는 지난해에 보낸 보고서의 전망이 맞은 4개의 그룹에 대해서만 다시 2개 그룹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을, 나머지 2개의 그룹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을 한 보고서를 보낸다. 그 다음해에도 역시 같은 일을 하면, 3번 연속으로 전망이 맞은 보고서를 받은 그룹이 나오게 된다. 그 그룹에 속한 투자자들은 이 증권사의 예측을 신통하게 생각하고 많은 돈을 맡기려 들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이 증권사가 한 일이라고는 두 종류의 상반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거 말고는 없다. 괜찮은 방법 같기도 하겠지만, 물론 이는 불법이다. 법은 한 애널리스트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투자자에게 상반된 전망을 하는 것을 막고 있다.

얼마 전 매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이 저지른 500억 달러 규모의 금융사기가 외신을 통해 보도되었다. 일명 '폰지사기'라고 불리는 이번 사기는 고수익을 미끼로 계속해서 투자자를 끌어들여 앞서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익을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개발붐이 한창이었던 1920년대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찰스 폰지라는 인물이 유령회사를 차려 투자자를 모았다. 당시 이곳은 한국의 수도권 사람들이 강남을 선호하는 것만큼이나 인기 있는 지역으로 개발붐이 대단했다. 폰지는 이 개발붐을 악용해 허황된 주택투자 사업으로 많은 투자자를 모았다. 택지 값의 10%만 있으면 건축비는 은행이 빌려주었고, 불과 몇주 사이에 땅값이 2배로 뛰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높은 이익보장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앞서 투자한 사람에게 다음 투자자의 자금으로 높은 이익을 보상해 주는 폰지의 묘안은 한동안 성공을 거두었다. 높은 수익에 대한 소문으로 투자는 끝없이 늘어났다. 1925년 한 해 동안 폰지가 모은 돈은 10억 달러였다. 그러나 폰지가 실제 한 일이라곤 외지에서 건자재를 사다가 기차역에서 하역하도록 한 게 전부였다. 폰지는 3년간이나 사기극을 이어갔다. 배당금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돈이 들어오는 속도가 떨어지니 그만 사기극이 들통나고 말았다. 그가 잡혔을 때 통장엔 모은 돈의 14%밖에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현역장교가 이와 유사한 방식의 사기를 저질러 충격을 준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사 직원을 사칭한 사기전화 피해자가 나오는 등 위 매도프 사건과는 다른 성질이지만, 금융사기사건에 대한 위험이 적다고 할 수 없다. 금융사기의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개인들이 출처가 불분명하고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금융상품에 대해 한번 더 잘 살피고, 조심하는 등 잘 대처해야 하겠다. 하지만, 금융사기는 사회적인 신용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사회적인 손실 또한 매우 크므로 금융당국도 보다 엄중한 단속과 처벌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상만 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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