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목자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대구 남산동에서 출생, 경북 군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고(故) 김 추기경은 지난해 2월16일 오후 6시12분 폐렴에 따른 급성 호흡부전으로 87세를 일기로 선종, 2월20일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 묻혔다.
1922년 5월 대구에서 태어난 김 추기경은 1951년 사제품을 받고 19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지낸 후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해 서울대교구장이 되었고,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됐고, 1998년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했다.
'혜화동 할아버지'로 가톨릭 교계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모든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은 김 추기경은 약자와 고통받는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힘이 되어준 진정한 목자.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학생들을 잡아가려면 나를 먼저 밟고 지나가라"고 공권력을 향해 엄중한 경고를 아끼지 않았던 김추기경은 굴곡의 한국 현대사에서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을 지켜낸 한국 사회의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선종하면서는 생전 서약대로 안구를 기증해 침체했던 장기 기증 문화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자신을 '바보'라고 칭하고 '남에게 밥이 되라'고 한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정신은 우리 사회에 남을 위한 배려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례미사 때 명동성당 일대는 가톨릭, 비가톨릭을 가리지 않은 추모 행렬이 줄을 이었고,
수십만 명이 동참하는 화합과 화해의 추모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 추기경의 선종 1주기인 16일을 맞아 매일신문사는 20일 오후 대구시민회관에서 김수환 추기경 추모음악회를 연다. 이미 표가 완전 매진된 가운데, 이번 음악회는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평소 존경하고, 헌곡까지 바쳤던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음악회로 이어진다.
메모리를 주제로 한 임형주 콘서트 외에도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전국 천주교 성당에서는 위령미사가 봉헌되고 각종 추모행사가 열린다.
16일 오후 7시부터는 명동대성당에서 정진석 서울대교구장 추기경과 주교단,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위령 미사가 진행된다. 천주교대구대교구 조환길 교구장 직무대행도 참여한 가운데 열릴 위령 미사에서는 정진석 추기경의 강론이 예정돼 있고, 김 추기경의 생전 모습과 김 추기경을 회상한 각계 인사의 인터뷰가 담긴 5분 분량 동영상이 소개된다. 1천300여명이 참석 예정.
이날 미처 입장하지 못하는 참례객들을 위해서는 명동대성당 마당과 주변 꼬스트홀에서도 스크린을 통해 위령미사가 진행된다. 가톨릭신자인 주한 외교사절 10여명과 정치인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3월 28일까지 김수환 추기경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서울대교구 모든 본당에는 추모 플래카드와 포스터를 붙인다.
명동성당 앞 가톨릭회관 1층의 평화화랑에서는 지난 3일부터 김 추기경 사진 121장을 보여주는 추모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절두산 순교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는 16일부터 유품전이 시작돼 김 추기경의 체취가 묻은 유품들을 볼 수 있다.
김 추기경이 1962-1963년 독일 유학시절 독일어로 기록한 용돈 기입장, 일본어판 프랑스어교본, 친필 노트, 요한 바오로 2세의 문장과 착한 목자가 새겨진 주교 반지, 바티칸 여권 등이 소개된다.
또 18일 오후 8시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가톨릭인터넷 굿뉴스와 동성중고교 총동창회 주관 추모음악회가 열리며, 20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이 제52회 정기연주회 겸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추모음악회를 연다.
울산 현대예술관에서는 '서로의 밥이 되어 주십시오'라는 부제로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 84점을 보여주는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사업으로는 나눔과 모금 전문 재단인 '바보의 나눔' 재단을 출범시키며,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파견될 선교사 양성을 위해 김 추기경이 만들었던 옹기 장학회를 확대 개편한다.
천주교대구대교구는 16일 오전 11시 김수환 추기경이 서품을 받은 계산성당에서 조환길 교구장 직무대행의 주례로 추모 미사를 올렸으며, 각 본당에서도 김수환 추기경 추모행사를 갖는다.
뉴미디어본부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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