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0대 만학도 공부열정, 별을 쏘다…김숙이씨

결혼후 학업중단 44년만에 박사학위 받아

"남보다 늦게 시작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숙이(62)씨는 22일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44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는다.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66학번(경북여고 졸업)으로 입학한 김씨는 결혼과 함께 중단했던 학업을 다시 시작해 거의 반세기 만에 학위를 받게 된 것.

"40여년 전만 해도 결혼을 일찍 했던 풍습 때문에 대학생때 결혼하는 여대생이 많았고 대부분 학업을 그만두곤 했습니다. 저도 3학년 2학기때 학교를 그만뒀지만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잠재 의식이 머리를 떠난 적이 없습니다."

김씨는 2002년 복학해 2006년 석사과정을 통과했고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2개의 인터넷 카페까지 운영할 만큼 인터넷 실력이 상당한 김씨의 석사 전공은 사이버문학.

박사학위 논문은'백석(白石) 시에 나타난 노장사상(老莊思想) 수용 연구'(지도교수 이동순)로 평북 정주 출신의 재북(在北) 시인으로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백석(1912~1995)의 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노장사상이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고찰했다.

김씨는 논문을 쓰면서 백석의 모교인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대학(山院大學)으로부터 학부생 시절 백석의 자료를 국내 최초로 발굴·입수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김씨는 강단에서 또 다른 인생을 열고 있다. 2년 전부터 교양학부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국문학과 학부생을 상대로 '현대문학 비평'을 가르칠 예정이다.

"강단에 서기 위해서는 2년에 한 번씩 등재 학술지에 논문을 내야하고 학생들로부터 강의평가 점수를 80점 이상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있고 3년간 후배들을 지도할 생각입니다."

김씨는 박사 논문을 포함해 4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교양학부 강의 평가는 94.6점으로 최우수 '강사' 반열에 올라 있다.

월간 '한맥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공부를 다시 시작한 뒤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공부를 늦게 시작한 만큼 집중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부족해 애를 먹었지만 잃어버릴 뻔했던 '행복'을 되찾았다는 김숙이씨.

그는 "혹시 만학의 꿈을 지닌 분들이 있다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하면서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고 싶다"며 40년 만에 이룬 '박사 학위'의 소회를 대신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