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세계사 오류사전/조병일 이종완 남수진 지음/연암서가 펴냄

날조된 '영웅'의 역사 바로잡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은 얼마쯤 사실일까? 이 책은 지금은 '상식이 된 역사적 사실 속에 숨은 거짓'을 파헤치고 있다.

"간디, 갈릴레이, 뉴턴, 링컨, 나폴레옹 등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의 삶과 업적은 당대 위정자들에 의해 부풀려지고 왜곡되어 왔다."

이 주장은 '시간이 저지를 수 있는 흔한 오해의 범위를 넘어선 의도적 곡해가 있다'는 말이다. 역사 속 수많은 사기꾼들이 입맛에 따라 진실을 은폐하고 제멋대로 가공했으며, 후대의 역사가들도 이들의 업적을 찬양하고 미화하느라 오류나 거짓을 추적하고 밝히는 데 인색했다는 것이다.

역사는 간디를 비폭력 평화주의자로 기록하고 있다. 지은이들은 그러나 "간디의 비폭력 평화주의는 나이가 한참 든 뒤의 일"이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의 간디는 평화주의자도, 비폭력주의자도 아니었다. 힌두교와 이슬람교도 간의 싸움이 한창일 때 공개적으로 이슬람교도에게 보복의 칼날을 세웠고, 힌두교의 죽음에 몇 배 이상으로 이슬람교도를 죽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가 됐을 때 시위대들이 거리로 나왔고, '발포하라'는 영국 장교의 명령을 거부했을 때, 인도 군대를 지지하지 않았다. 간디는 "발포 명령에 불복종하는 병사는 불복종이라는 죄를 범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간디는 토지개혁을 지지하지 않았고, 카스트 제도를 반대하지 않았다.

또 해질 무렵 농촌 들판에서 기도하는 농부 부부를 그린 밀레의 그림 '만종'은 '가난한 농부가 교회에서 들리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수확의 기쁨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죽은 아이를 묻으며 기도하는 농부의 슬픔'을 표현한 그림이었다고 밝힌다. 부부 앞에 놓인 감자 바구니는 원래 죽은 아이를 담은 관이었다. 밀레는 관을 그렸다가 그림을 본 친구의 만류로 시체를 감자 바구니로 덧칠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자외선 투사작업을 통해 그 감자 바구니의 초벌 그림이 실제로 어린 아이의 관이었음을 입증했다.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는 평화롭게 죽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소크라테스가 마신 독 당근은 심한 구토 증세와 호흡기 마비를 유발하는 약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끔찍한 고통 속에 죽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의 준법정신을 미화하기 위해 당당하고 평화롭게 죽었다고 묘사했다. 또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사실감 있게 묘사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죽어가는 자리에 없었다. 소크라테의 제자 14명이 모두 그 자리를 지켰지만 플라톤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변명에 불과했다. 플라톤은 당시 세간의 평판이 좋지 않았던 소크라테스를 멀리했던 것이다.

책은 또 '네로 황제는 로마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 뉴턴은 숫자 조작의 명수였다. 루소는 친자식을 버린 비정한 아버지였다. 마르코폴로는 동방견문록의 저자가 아니다. 마르코폴로의 여행기는 전 세계 발견사 사상 최고의 사기극이다. 동방견문록 연구자들은 마르코 폴로가 중국은커녕 흑해를 넘어간 적도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갈릴레이는 피사의 사탑에서 낙하 실험을 하지 않았다. 한때 트로이라는 나라가 존재했지만 그리스와 트로이가 전쟁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 전쟁이 10년 동안 계속됐다거나 트로이 목마가 있었다는 것은 완전한 날조다' 등 역사속의 거짓과 오류를 밝히고 있다.

지은이들은 "150여권의 참고문헌과 이미 입증된 사료를 통해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책에 실린 115개의 오류 중에는 생소한 것도 있고, 어느 정도 알려진 것들도 있다. 403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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