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선택은 진화를 추진하는 근원적 힘이다. 자연이 '행위자'로서 다른 개체보다 생존 능력이 우월한 개체(더 정확하게는 그러한 형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개체를 도태시킨다는 것이다. 포식자는 더 날카로운 이빨, 더 정확한 눈,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다리를 가진 개체들이 그렇지 못한 개체보다 더 잘 살아남아 후손을 번식시킬 확률이 더 높다. 따라서 포식자는 그러한 경로로 진화해 왔을 것이다. 이는 먹이사슬에서 하위에 있는 초식동물에게도 마찬가지다. 포식을 피해 더 빨리 도망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고 번식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그래서 초식동물에게는 포식자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의 극대화가 진화 경로였다.
자연선택 이외에 진화를 추동하는 힘이 또 있다. 바로 인간에 의한 선택적 육종, 즉 '인위선택'이다. 야생 늑대로부터 200여 가지의 독자적 종이 만들어진 개의 가축화는 전형적인 예다. 또 낙농업자가 거대한 유방을 지닌 프리지안 젖소를 만들어낸 것, 러시아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가 야생 붉은 여우를 하얀 모피를 얻기 위한 은여우로 길러낸 것 등 인위선택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차이점이 있다면 자연선택은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 진행되지만 인위선택은 그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수십만 년에서 수백 년밖에 안 걸린다. 또 자연선택적 진화는 야생에서의 생존에 가장 적합하도록 종을 개선시켰다면 인위선택적 진화는 인간의 심미적 취향이나 경제적 목적에 맞게 종을 변화시켰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종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자연선택과 인위선택뿐일까. 무능한 체제로 인해 그 체제에 속해 있는 국민의 건강과 체형에 변화가 왔다면 이를 '체제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005~2008년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 건강 검진 결과 탈북 청소년(13~18세)의 남성과 여성의 평균 신장은 남한 청소년보다 각각 13.2㎝와 8.3㎝가 작았고, 체중도 각각 13.5㎏과 5.4㎏ 적었다. 이러한 격차가 한국인을 '북한종'과 '남한종'으로 가를 만큼 강력한 생물학적 변화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든 북한 체제가 인민들에게 긍정적이지 않은, 어쩌면 역진화라고도 할 수 있는 변화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북한 체제로 말미암아 체제선택이 종의 변화를 가져오는 또 다른 힘으로 '발견'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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