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대구 미술시장을 살리자

기획력이 탄탄하고 신진 작가를 잘 키워 내는 화랑이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확실한 수집가들을 확보하고 있는 화랑이나 모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작금의 대구 미술시장이다. 미술시장이 점점 글로벌화하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브랜드 파워 없이 예쁘게 꾸며놓고 수집가만 기다리는 화랑들은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운데다 그렇다고 자본을 무기로 몸집을 키워 여기저기 지점을 내고 유지비를 감당할 경쟁력도 없는 것이 대구의 현실이다.

대구 미술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주체인 화랑들의 자기 체질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미술시장 구성원의 한 축인 작가의 창작 환경 지원을 위한 스튜디오 지원, 화랑의 마케팅 강화, 그리고 지역 미술시장의 활성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 근래 대구시도 미술창작 스튜디오 마련과 대구아트페어·대구사진비엔날레 행사에 거액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가 국비·시비 5억원에 민자 5억원을 합한 10억원의 예산으로 광주국제아트페어의 준비에 착수하면서 아트페어에 참가할 해외 화랑과 콜렉터 유치를 위해 전세 비행기까지 동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의욕을 보이고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광주비엔날레의 출범에 이어 이미 오래전부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가리지 않는 광주시의 미술에 대한 지속적인 집중 투자는 분명 부러운 일이다.

이제 출범하는 대구시립미술관에 어떤 작품을 채울지의 고민도 사치스러울 판에 이미 광주시는 시립미술관은 물론 미술관이 관리하는 작가 스튜디오를 두고 있으며 지역의 한계를 넘어 작가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서울 인사동에 전시장을 얻어 운영하고 있다. 또 장차 중국과 뉴욕에도 작가 스튜디오와 전시장을 마련할 것이라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지역의 미술가나 화랑들은 지역 미술가의 창작 환경이나 지역 미술이 미래에 광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하고 미술시장마저 크게 추월당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서울 다음으로 많은 상업 화랑이 있는 대구 미술계는 미술인과 화랑인들의 주도로 일찍부터 대구아트엑스포·청년비엔날레·대구아트페어를 이끌어 내었으며 많은 훌륭한 작가를 배출해 왔다. 따라서 이제 미술인들의 자기체질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구시의 지역 미술시장 인프라 지원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대구 미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며 지역의 작가를 국제적인 작가로 키워내려면 세계육상선수권 이후에도 대구아트페어를 지속가능하도록 지원하여야 하고 지역의 화랑 또한 미술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대구 시민과 콜렉터들이 그들의 작품을 사랑하고 매입해 주는 후원이 절실하다.

갤러리소헌 대표 원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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