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화점 생일은 연중?…1년 내내 창립기념행사

"백화점 생일은 시도 때도 없다?"

롯데백화점은 1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롯데백화점 대구점 개점 7주년 사은행사'와 '상인점 개점 6주년 사은행사'를 연다. 대구점 개점일이 2월 27일, 상인점 개점일이 2월 20일임에 따라 매년 이맘때쯤 개점 기념 행사를 여는 것.

같은 기간 동안 동아백화점도 '창업 52주년 축하 사은대축제'를 갖는다. 백화점이 모두 같은 달을 정해놓고 문을 연 것도 아닐 텐데 왜 똑같은 2월에 행사를 벌일까?

여기에는 남모를 속사정이 숨어있다. 동아백화점의 실제 창업기념일은 9월 1일, 본점을 개점한 것도 9월이다. 하지만 2월에 때아닌 창업 행사를 하는 것은 롯데 측의 세일에 맞불을 놓기 위한 작전인 것이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2003년 롯데백화점이 들어선 이후 2월 창업 기념 행사가 자리를 잡게 됐다"며 "남의 세일에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동아백화점은 매년 9월에 또 한 차례의 창업 기념 행사를 열고 있다.

고무줄처럼 오락가락하는 창립 기념 행사.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대구백화점의 경우 지난 한 해 모두 5차례에 걸쳐 '창업 65주년 감사 사은 축제'를 열었다. 3월과 8월 말, 9월, 11월 초순과 중순 등 별다른 이벤트가 없을 경우에는 어김없이 '창업 기념'이라는 명분이 등장했다. 실제 대구백화점의 모태가 된 대구상회의 창업일은 1944년 1월 10일이고, 개점일은 본점이 12월 26일, 대백프라자점은 9월 15일이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하면서 백화점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연중 행사를 벌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데, 특별한 명분을 찾을 수 없을 때 제일 끼워넣기 쉬운 것이 '창립'"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역시 세일 시점과 사은품 증정 여부 등을 모조리 파악하고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백화점 쇼핑의 기회가 늘고 평소보다 싼값에 구매를 할 수 있어 세일행사를 반기는 편이다.

실제로 백화점들의 연중 세일 기간은 백화점협회에 의해 연중 5회로 그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백화점들은 신학기나 여름 바캉스전, 브랜드 상품전, 크리스마스 사은대축제 등 갖가지 명목으로 연중 사은품과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한 백화점의 경우 지난 한 해 행사가 없었던 날은 고작 57일뿐. 3, 4일을 쉬고 나면 다시 행사가 이어졌고, 심지어는 70일 동안 단 하루도 쉼없이 이름만 다른 행사가 11개나 이어지기도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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