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원자재의 국제가격 하락을 국내 시판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꼼수로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수입물가는 전년보다 4.1%가 내려 2002년(-6.2%)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반면 소비자물가는 2.8%가 올랐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와 수입물가 간의 격차는 6.9% 포인트(p)로 2002년의 9.0%p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생필품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밀의 수입가격은 28.1% 폭락했으나 밀가루의 소비자가격은 8.6%, 국수값은 1.6% 하락하는 데 그쳤다. 부침가루는 오히려 7.3%가 올랐고 식빵은 1996년(13.9%) 이후 최고인 11.8%나 상승했다. 원유도 수입가격은 22.1%나 내렸으나 소비자가격 하락 폭은 휘발유 6.0%, 경유 13.0%에 불과했다. 주요 기호식품인 커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입가격은 2001년(-26.8%) 이후 최대 폭인 13.9%나 내렸지만 소비자가격은 8.3% 올랐다.
이처럼 국제가격과 소비자가격이 따로 노는 현상에 대해 기업들은 교묘한 변명으로 일관해 왔다. 환율 변동으로 국제가격이 일시적으로 내렸다 해도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기 때문에 시판가격에 바로 반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변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일시적인 가격 편차가 있었다 해도 1년 단위 정도의 가격 통계에서는 수입물가의 변동 폭에 소비자물가가 수렴해야 한다. 그러나 드러난 실상은 정반대이다.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기업 윤리의 재정립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물가 당국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인위적 가격 통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품목에 대한 기업의 가격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감시와 지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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