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유통업계에는 소비자를 유혹하는 각종 '공짜의 기술'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대표적인 것이 백화점의 사은행사. 일정액 이상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사은품이나 상품권 등으로 혜택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환영할 만한 일.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공짜는 없다. 이런 마케팅은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든 고도의 상술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나? 나름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여자야"
세일기간만을 노려 백화점 쇼핑을 즐긴다는 4년차 주부 황모(32)씨. 이럴 때는 사은 상품권 증정액에 맞춰 20만원 40만원치의 쇼핑금액을 맞춘다. 황씨는 "어차피 물건을 살 거면 혜택이 있을 때 미리 사두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며 "일단 필요한 물건부터 산 뒤에 미리 사 둬도 무방한 생필품 등의 구매를 통해 가격을 맞추고 상품권을 받아 챙긴다"고 했다.
나름 자신을 똑똑한 구매자로 인식하고 있는 황씨. 하지만 과연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튼 프리드먼 교수 역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고 지적했다. '공짜 점심'이라는 말은 미국 서부의 술집에서 일정량 이상의 술을 마시는 단골 고객에게 점심을 공짜로 제공하는 데서 나왔다. 하지만 이는 절대 공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곧 자신이 내는 술값에 점심 비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나온 말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
◆백화점 공짜 상품권의 함정
백화점 사은품 역시 마찬가지다. 5천원 혹은 1만원의 소액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사람들은 또다시 그 백화점을 찾고, 대개는 상품권 금액을 훨씬 넘는 금액의 물품 구매로 이어지게 된다.
백화점에서 유독 상품권을 사은행사에 활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해당 백화점을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돈 같지 않은 돈'. 소비자들은 이 작은 혜택을 누리기 위해 백화점을 찾아 또다시 '쇼핑의 중독'과 '공짜의 함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백화점에서 사은행사에 사용되는 공짜 상품권 규모는 엄청나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전체 상품권 판매액의 18% 정도가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사은권으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상에 통하는 또 하나의 진리가 '손해 보고 장사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백화점에서는 "사은 행사 기간과 평상시를 비교해보면 사은품을 지급하는 기간 중에는 대략 18~20% 정도의 매출 신장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결국 퍼준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가기 때문에 이런 사은행사를 연다는 결론이다.
마냥 공짜인 것만 같은 사은품 역시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백화점들은 일부 사은행사 비용을 협력업체에 떠안기게 되고, 이는 판촉비용으로 처리돼 결국은 상품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있는 것이다.
◆'뛰는 백화점 위에 나는 소비자'도 있다
백화점이 활용하고 있는 고도의 상술, 사은행사. 하지만 이미 상대방의 전략을 간파하고 이를 역이용하는 '고단수'들도 있다. 구매는 하지 않고 선물만 받아가는 소위 '체리피커'(cherry picker·신포도 대신 체리만 골라먹는 사람이라는 뜻)들이다.
사은품을 나눠주는 코너에서는 "남는 영수증 없어요?"라고 물어오는 아줌마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일정액을 맞추기 위해 추가구매를 하는 대신 남들이 버리는 영수증을 통해 실속만 차리는 방법이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쇼핑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한정수량 사은행사' 등의 정보를 꼼꼼히 꿴 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사은품을 챙기는 소비자들도 상당수다.
백화점들은 이런 체리피커를 골라내기 위해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해 지속적인 구매실적이 있는 고객이나 구매가능성이 있는 고객에게만 쿠폰을 보내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갖가지 묘책을 짜내고 있지만 결국은 역부족일 뿐이다. 백화점 측은 "아무리 머리를 짜 내봐도 기업의 허점을 노려 실속을 차리는 이런 고객들을 걸러낼 묘책은 없는 것 같다"며 "공짜 혜택만 보는 소비자 역시 소중한 고객이고, 이들의 입소문이 백화점 홍보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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