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의 가문과 사상
연초가 되면 누구를 막론하고 새해에 거는 꿈과 희망이 크고, 계획과 각오를 새롭게 한다. 그래서인지 '토정비결'(土亭秘訣)이라는 책은 조선 말기부터 해마다 신년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한국인의 필독서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토정비결의 '토정'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드물다. 토정 이지함(土亭 李之函·1517~1578)은 호가 토정 혹은 수산(水山)이다. 본관은 고려의 호장 이윤경(李允卿)을 시조로 하는 한산 이씨로 한산 이씨의 중흥은 '죽부인전'으로 유명한 가정 이곡(稼亭 李穀·1298~1351)과 목은 이색(牧隱 李穡·1328~1396), 이색의 아들대인 종덕, 종학, 종선대에 걸쳐 이루어졌고, 이들 3대의 업적이 후손들이 성장하는데 발판이 되었다.
한편 이들 3대의 이름에는 가문의 성장사가 숨겨져 있어 재미를 더해 준다. 먼저 이곡의 형제 이름은 가축이나 곡식을 재배하고 기른다는 의미의 배(培), 축(畜), 곡(穀)이다. 가정 이곡이라는 이름은 정자 부근에 곡식을 심는다는 의미이고, 아들인 이색은 거둔다는 의미의 색(穡)이다. 이색은 여기에 더하여 아들의 이름을 덕과 학문과 선을 베풀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씨를 뿌린다는 종덕(種德), 종학(種學), 종선(種善)으로 작명했다. 이들 3대에 걸친 노력에 의해 한산 이씨는 명문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색의 장자 종덕은 4자인 맹진(孟畛, 판중추공파)의 계열에서 현달했는데, 이 가운데 17세기 초에 수은 이홍조(李弘祚)가 외조부인 서애 류성룡의 권유로 서울에서 낙남하여 안동에 정착하는데, 이홍조의 현손이 퇴계의 적통을 이은 대산 이상정(大山 李象靖·1711~1781)이다. 대산의 모친이 갈암 이현일의 손녀이며, 밀암 이재의 따님이었다. 한산 이씨는 이색의 손자대에 13개파로 분파하는데, 이 가운데 토정의 가계는 이색의 3자 이종선의 셋째 아들인 이계전(李季甸)을 파조로 하는 문열공파(文烈公派)에 속한다. 한편 이종선의 장자 이계주(李季疇)의 아들이 사육신으로 유명한 이개(李塏)이다. 이계전과 이개는 숙질 간으로 정치적인 운명을 달리하여 이계전은 세조를 도와 공신이 되고 조카인 이개는 사육신으로 멸문지화를 당한다.
토정은 이곡-이색-이종선-이계전으로 이어지는 이색의 7세손이다. 토정의 형인 성암 이지번(省菴 李之蕃·1508~1575)의 아들이 선조대 대북파의 영수였던 아계 이산해(鵝溪 李山海·1538~1609)이다. 백사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으로 유명한 한음 이덕형은 바로 이산해의 사위로, 이산해의 직계는 이산해-이경전-이구로 이어지면서 모두 문과 급제했다. 이후 19세기 말 고종조의 문신이자 학자이며 순국의사로 유명한 수당 이남규(李南珪·1855~1907)로 이어지면서 13대 동안 문과 급제자 7인, 사마시 입격자 12인을 배출하면서 기호남인의 명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한편 형과 달리 토정의 자녀는 장자가 요절하고, 이후 세 아들인 산두는 벼슬이 없었고, 산후는 요절하고, 산룡은 후손이 없는 무후였다.
토정은 스승인 화담 서경덕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 화담 서경덕(1489~1546)의 학풍은 북송대 장재와 소옹의 성리학풍을 수용하고 역학의 상수학(象數學)을 강조한 것으로 토정비결은 주역에 바탕한 상수학의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실천을 강조하며 절충적이고 개방적인 학문을 지향하였다.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국부의 증대와 민생의 실리를 중시했는데, 그 실천적인 인물이 바로 토정이었다. 토정은 서울 마포 강변 흙집에서 정자를 짓고, 스스로를'토정'이라 하고, 적극적인 사회경제 정책을 실시하여 백성들의 빈곤한 삶을 개선하려고 상공업이나 수공업 등을 중시한 인물이다. 백성이 모두 잘 사는 사회를 염원했던 토정의 마음처럼 올해 정치인들의 토정비결 신수괘가 모든 국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메시지가 되기를 염원해본다.
혜명학당(다음카페-혜명동양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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