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좌익 게릴라에 납치된 패티 허스트

유괴'인질 사건이 터지면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는 현상은 종종 발견되는데 얼마 전 미국에서 11세 때 유괴돼 18년 만에 두 아이의 엄마로 귀가해 난리가 났다.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4명의 은행 무장강도가 은행 직원들을 6일간 볼모로 삼으면서 만들어진 말이지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패트리셔(패티) 허스트 납치사건이었다. 그녀는 1954년 오늘, 샌프란시스코에서 언론재벌 집안에서 태어나 귀족처럼 컸다. 19세 때인 1974년 아파트에서 좌익 게릴라단체 공생해방군(SLA)에게 납치됐으나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완전히 동화됐다. 납치 두 달 뒤 카빈 소총을 들고 샌프란시스코 하아버니아 은행을 털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납치된 지 1년 7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며 다른 단원들을 보호하려 했다. 3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미 카터 대통령에 의해 22개월 만에 출소했다. 집안의 영향력 덕분이다. 출옥 후 자신의 경호원과 결혼해 현재 뉴욕에서 살고 있다. 여러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사교계 명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옛날 얘기를 끄집어내면 웃어 넘긴다고 한다. 인간은 환경에 따라 늘 바뀌는 모양이다.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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