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는 미국 대통령으로 100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일치된 삶을 살아 관심을 끌었다.
1846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링컨은 1860년 제1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저격범의 총에 암살됐으며, 존 F. 케네디는 100년 뒤인 1946년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1960년 제35대 대통령에 올랐다. 둘 다 금요일에 암살됐으며 암살 당시 링컨은 포드 극장에서, 케네디는 포드 자동차에서 저격당했고, 암살 일주일 전 케네디는 배우 마릴린 먼로와 함께 있었지만, 링컨은 메릴랜드주의 먼로라는 곳에 있었다고 한다. 링컨과 케네디의 후임 대통령이 모두 존슨이고, 암살범 또한 정식 재판 전 살해를 당했다. 우연치고는 희한한 우연이다.
이를 흥미롭게 끌어낸 것이 '패럴렐 라이프'(Parallel Life)이라는 것이다. 다른 시대에 같은 운명으로 산 사람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삶도 이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둘은 129년의 시간 차로 설명되는 케이스. 나폴레옹이 정권을 잡은 프랑스 혁명은 1799년, 히틀러가 나치스 당 결성을 결심한 독일 혁명은 129년 후인 1918년 일어났고, 나폴레옹이 황제로 등극한 지 129년 후인 1933년 히틀러가 총통이 되고,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패배한 지 129년 후인 1944년 히틀러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으로 패배했다. 요절한 배우 제임스 딘과 리버 피닉스도 패럴렐 라이프의 사례로 설명되고 있다.
'패럴렐 라이프'는 우주 평행이론에서 파생된 것이다. 무한한 우주가 병렬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공간, 다른 시간대에 나와 똑같은 우주가 있다는 것이다. 타임머신으로 인한 시간의 패러독스도 우주 평행이론을 가설로 내세우면 가능한 일이 된다.
이번 주에 개봉된 '평행이론'은 30년의 주기로 일어나는 참극을 피하기 위한 젊은 판사의 고군분투를 그린 스릴러로 '패럴렐 라이프'를 소재로 하고 있다.
'패럴렐 라이프'는 아니지만, 이런 시각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많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디 아워스'(2003년)는 줄리안 무어,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등 세 여자가 각기 다른 지역, 각기 다른 시대를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이야기를 일치된 정서와 상황으로 그려내고 있다.
'줄리 & 줄리아'(2009년)는 1950년대 프랑스 파리를 주름잡은 유명 미국 여성 주방장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와 그녀의 레시피를 재현하고자 노력하는 21세기 여성 줄리 파웰(에이미 아담스)의 유사한 삶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의 성공담을 그리고 있다. '지킬과 하이드', '보디 더블'이나 '베로니카의 이중 생활'처럼 내 속에 잠재된 또 다른 나를 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설정은 늘 흥미로운 것이다.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세상 또한 이를 부추길 정도로 복잡다단해지기 때문이다.
'나를 나라고 말할 수 있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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