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 대구 서부도서관 회의실. 외국 여성 10여명이 인형극 주제를 놓고 토론이 한창이다. 몇몇 외국 여성들은 서투른 한국말로 중국과 필리핀, 일본의 전래동화에 대한 스토리와 구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시나리오 작업이 한창이었고 한쪽에서는 종이와 플라스틱 등을 이용해 인형극에 나오는 인형 만들기에 분주했다.
이날 처음 중국과 필리핀, 일본 등 대구에 사는 결혼이민 여성들이 모여 활동을 시작한 '다문화 인형극 동아리'의 준비모습이다. 회원은 이들 외국인 여성 외에도 한국 여성 6명도 참여하고 있다.
창단 멤버인 엘리자베스 제이(31·필리핀)씨는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을 한다고 생각하니 지금부터 가슴이 떨려요. 한 번도 인형극을 해보지 않았지만 필리핀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일본 결혼이민 여성 야노 에츠코(46)씨는 "지난해 다문화이웃을 위한 이야기교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자료 선정과 책 읽어주기 시연, 발성 연습, 교구제작 등을 배웠다"면서 "이번에 동아리가 결성된 만큼 그동안 배웠던 것을 실제 공연에 멋있게 접목시킬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영애(40·중국)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중국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인형극을 시작하면서 중국의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들려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인형극을 각색하고 인형 만들기를 하려니 쉽지만은 않다"고 활짝 웃었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표현해 5월 중 첫 공연에 나선다. 이달 말까지 시나리오 작업과 인형제작을 마치고 3월부터 두 달 동안 직접 연극연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동아리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공모 소외계층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기획됐다. 또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결혼이민여성들의 적극적인 의지도 동아리 결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남후섭 관장은 "결혼이민 여성과 내국인 여성이 함께 모여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표현해 내는 과정을 통해 이들이 자기계발에 나설 수 있고 한국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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