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교실] 수업시간에 못 다한 과학 이야기

봄방학을 맞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특히 우리나라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은 우리 모두를 들뜨게 한다. 스케이트 날에 몸을 실어 빙판 위를 씽씽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에는 많은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대리석도 얼음과 같이 표면이 고른 고체인데 얼음판 위에서만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면, 스케이트 날 밑에 있는 얼음은 사람의 체중으로 인해 높은 압력을 받게 된다. 이 압력 때문에 얼음의 녹는점이 내려가게 되어 스케이트 날이 닿는 부분의 얼음이 일시적으로 녹게 되는 것이다. 이때 형성된 수막이 마찰력을 줄여 주어 스케이트가 얼음판 위에서 잘 미끄러지게 된다. 이것이 1849년 영국의 캘빈 경이 처음으로 주장한 '압력 녹음'(Pressure melting) 이론이다.

그런데 얼음에 가해지는 압력이 1기압만큼 올라가도 얼음의 녹는점은 겨우 0.01℃밖에 내려가지 않는다. 보통 사람의 몸무게로는 얼음이 녹는 온도를 불과 몇 도밖에 내리지 못한다. 이론대로라면 날씨가 아주 추운 영하의 날씨가 되면 얼음이 녹지 않아 스케이트를 탈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하 수십도의 날씨에서도 스케이트를 신나게 탈 수 있고, 바닥이 평평한 신발을 신은 사람도 얼음판에서 잘 넘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넓은 면적이 얼음과 닿고 있어 얼음판 위에 가해지는 압력이 상당히 낮은 데도 말이다. '압력 녹음' 이론만으로 얼음 표면이 미끄러운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1939년 영국의 보든과 휴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찰 녹음'(Friction melting)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 날이 미끄러질 때 마찰열이 발생하며 그 열이 접촉 부위의 얼음을 녹인다. 순간적으로 얼음이 물로 변하면서 강력한 윤활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얼음판 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미끄러운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새로운 이론을 모색하던 중 미국의 화학자 추와 다시는 이온빔을 이용해서 얼음 표면의 상태를 관찰했다. 이를 통해 얼음의 표면은 얼음 내부와는 달리 액체의 물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얇은 물분자 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얼음은 물분자가 수소결합을 통해 6각 고리를 이루는 구조이다. 그러나 표면에 있는 물분자는 단단하게 결합할 수 있는 이웃이 없어 이 구조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얼지 않은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표면 녹음'(Surface melting)이라고 한다. '표면 녹음' 현상으로 인해 얼음 표면 자체에 수막이 형성되어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수막은 스케이트가 미끄러지기에는 너무 얇다는 반론이 제시되고 있다.

위의 세 가지 이론 중 어느 것이 가장 타당할까?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견해에 비추어 어느 것이 더 유력한 이론인지에 대해 아직도 계속 논쟁하고 있다. 물만이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현대의 과학은 예전에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많은 것들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베일에 싸인 신비로운 자연 현상들이 무수히 많다. 누가 이것들을 밝혀낼 것인가?

강유경(성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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