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은 바쳐야 시장 후보로?'
최근 경북 일부지역에서는 5억원을 내야 시장이나 군수 후보로 정당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공천 헌금 문제로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풍문도 들린다. 대구에서는 국회의원 부인 치맛자락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남편에게 입김이 센 국회의원 부인의 치맛자락을 붙잡아야 공천을 따낼 수 있다고 혈안이란다. 이렇다보니 일부 후보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그 부인이나 친'인척 등 끈을 댈 수 있는 연고를 찾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것.
얼마 전 경북도의회에서는 구미출신 도의원 5명이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기초의원 선거구가 주요 논점이었다. 결국 해당 선거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도의원들까지 나서 투표를 벌인 끝에 전날 상임위에서 통과된 선거구 획정안을 뒤집었다. 광역의원들이 합리적인 기초의원 선거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광역의원들이 1개 선거구를 뺏거나 뺏기지 않으려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대리전에 동원됐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대구경북에서는 이처럼 국회의원 의중이나 전화 한 통화에 목매 일전을 불사할 수 있는 기초나 광역의원, 심지어 단체장들까지 수두룩하다. 아니, 해당지역 국회의원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지방의원과 단체장이 드물다는 표현이 맞겠다. 당선을 위해 시'도민의 바짓가랑이나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지역발전 정책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심하면 좋으련만.
바야흐로 선거철이 돌아왔다. 선거는 주민을 위한 건전한 경쟁과 축제의 장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의 축제다. 지역민을 위한 한바탕 축제 판이 벌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지역을 위하고 지역민을 대변할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지방선거의 본뜻이 흐려졌다. 지방민과 지방의 축제가 아니라 국회의원과 중앙의 축제로 변질된 듯하다. 지역민을 위한 건전한 경쟁이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치졸한 다툼만 엿보인다. 지방선거의 주체인 지역민은 뒷전이다. 또 지역발전보다 중앙당의 공천방향과 전략공천이 초미의 관심사다.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선거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하다. 후보자에겐 유권자는 없고, 공천권자만 있다.
지방선거를 99일 앞둔 시점에서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후보 일색이다. 현재 대구 8개 기초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는 약 40명 중 비한나라당 후보는 2, 3명에 불과하고, 광역의원 후보 약 80명 중에서도 비한나라당 후보는 역시 3, 4명뿐이다. 그나마 이들도 다른 정당이 아니라 무소속을 희망하고 있다. 경북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북 23개 기초단체장 후보 약 100명 중 무소속 후보 10명 가량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 후보이며, 광역의원 후보 약 160명 중 민주당 2명,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 2'3명, 무소속 등 비한나라당 후보는 10명을 겨우 웃도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광역단체장 후보는 내되 기초의원 후보 공천에 치중한다는 방침이다.
6'2 지방선거에서 최소한 지역민들은 다양한 정책을 가진 정당의 후보를 고르는 투표가 아니라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형국이 되고 있다. 대구경북과 호남의 주민들은 정치적 다양성을 찾아볼 수 없는 불행한 유권자인 셈이다.
공천헌금, 치맛자락, 대리전, 찬반투표 등 얘기는 모두 공천이란 '괴물'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정치적 독점 상황에서 건전한 경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공천권자를 위한 경쟁만 가열될 뿐이다. 풀뿌리민주주의의 퇴보가 걱정된다. 지방선거가 지방자치를 위한 뿌리라면 그 뿌리의 선택권은 지역민에게 돌아와야 한다.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은 경선제 강화와 전략공천, 국민 배심원제 등 공천제도 혁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민을 위한 선거, 지역발전을 위한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천제의 혁신이 아니라 공천제 폐지가 마땅하다.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 후보에 대한 공천제를 폐지해야 진정한 투표권을 국회의원이 아니라 지역민이 행사할 수 있다. 지방을 위한 진정한 축제 판을 즐길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김병구 사회2부 차장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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