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종극장 아카데미 'The End'…50년 역사 아쉬운 마감

22일 찾아간 대구 중구의 아카데미극장. 잔여 좌석 수를 알리는 전광판은 꺼져 있고, 상영이 끝난 영화 포스터(해운대)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관람객들로 북적대던 2층의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은 자취를 감췄다.

반세기 동안 대구 극장가의 자존심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카데미극장이 최근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아시아·제일·중앙시네마에 이어 아카데미극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지역민들의 애환이 서린 토종 극장들이 대부분 사라지게 됐다.

◆토종 영화관의 몰락

1961년 2월 대구 자본으로 설립돼 50년간 대구 영화산업을 이끌었던 아카데미극장이 지난달 초 폐업했다. 2001년 12월 멀티플렉스관 '아카데미시네마'로 옷을 갈아입으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쳤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문을 닫았다. 10여년 전부터 자본과 배급망을 무기로 지역에 상륙한 대형 멀티플렉스관에 맞서기는 역부족이었다. 아시아·제일·대구·중앙시네마 등 대구 극장가를 주름잡다 쓰러져 간 토종 극장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1990년대 중반까지 대구 극장가를 호령했던 지역 극장들은 멀티플렉스 영화관 상륙으로 위기를 맞았다. 멀티플렉스관은 인터넷 예매, 할인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과 최신식 시설로 관객들을 흡입했다.

1934년 개관해 지역민의 벗이 되었던 자유극장이 '팔순'을 앞두고 간판(1990년대 중반)을 내린 것도 멀티플렉스관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어 제2회 대구 단편영화제가 열렸던 송죽극장도, 장애인과 함께하는 나눔 영화제가 열렸던 대구극장도 문을 닫았다.

대구문화재단 한 관계자는 "지역 토종 영화관들이 서울의 거대 자본 앞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다. 아카데미 역시 멀티플렉스관으로 전환해 변화를 꾀했으나 전환 시점이 너무 늦었고 대형 멀티플렉스관의 공세를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의 미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아카데미극장은 3개월 전 우리은행과 한국투자신탁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160억원에 사들였고, 다시 한 금융공사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아카데미극장의 실 소유주는 서울의 한 자산운용사지만 위탁관리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자산운용사 측은 아카데미 극장을 헐어버릴지 그대로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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