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교육비 비수도권 최고, 대구 공교육은 실종

대구지역의 학생 1인당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과 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6월과 10월 전국 초'중'고교의 학부모 4만 4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니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에선 대구가 '사교육 일번지'임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액(GRDP)이 십수 년째 전국 꼴찌인 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전국 최고 수준이니 대구지역 학부모들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한지 짐작이나 하겠는가. 이런 가운데 3개월치 학원비를 못 내 고민하던 대구의 한 여고생이 투신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 여고생은 각종 미술경시대회에 참석해 4차례 입상하면서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교과부는 그동안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줄여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심야 과외 교습 금지 등 각종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수강료 초과 징수, 교습 시간 및 신고 의무 위반 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학파라치' 제도까지 도입했다. 그러나 교과부 등 교육 당국의 사교육 억제책은 엄포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학원 수강은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고액인 개인 또는 그룹 과외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저소득층은 학원비 지출을 줄인 반면, 고소득층은 사교육비 지출을 늘린 결과다.

대구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전국 최고 수준이란 조사는 역으로 대구의 공교육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지역 대학만이 아니라 지역 초'중'고교의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대구교육감 예비후보들이 고심을 거듭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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