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홍난파 작곡 이원수 작사의 동요인 '고향의 봄' 두 소절이다.
그 고향인 지방이 100여 일 뒤 '축제'(祝祭)를 앞두고 있다. 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축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지방선거는 고향의 페스티벌(festival)이다. 그 소박한 페스티벌이 룰 때문에 우리의 축제가 아니라 그들만의 축제로 일그러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4년 전 지방선거 공천권을 지방에 상당 부분 줬다. 한나라당 시당과 도당이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을 했다. 밑으로부터의 민주주의에 걸맞은 획기적인 조처였다. 시당 도당은 출마 희망자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 후보도 경선을 통해 뽑았다.
4년 뒤인 지금 한나라당 시당과 도당은 적막강산이다. 공천 날짜가 다가와도 4년 전과 같은 성시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전국위원회를 통과한 지방선거 후보 공천 룰에 따르면 시당과 도당에 구성될 공천심사위원회는 껍데기로 전락할 처지다. 공심위가 후보 추천을 할 때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과 반드시 의논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이 같은 룰을 만든 것은 자기가 공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공천되기도 한 4년 전의 아픈(?) 추억 때문일 게다.
국회의원들은 늘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만든다. 4년 전 도입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그랬다. 당시 지방에서는 기초단체장까지 무공천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그들은 되레 공천권을 확대했다. 기초의원이 국회의원 선거의 발이기 때문이다. 가끔 공천 헌금을 바치는 출마 희망자도 있으니 치명적 유혹을 물리치기 싫었을 게다.
그래 놓고 그들은 경쟁자가 많아 공천자를 선택하기 애매하면 무공천했다. 국회의원이 공천하고 싶으면 공천하고, 싫으면 무공천하면 그만인 '제멋대로 룰'이 있어서 가능했다. 기초의원 모임은 얼마 전에도 정당공천 폐지 목소리를 높였으나 공허한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제멋대로 룰'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나쁜 버릇을 영호남 광역의원들도 배웠다. 대구시의회가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2인씩으로 쪼개는 신(新)게리맨더링이 그것이다. 한나라당 일색인 대구시의원들은 4명을 뽑으면 '좌파' 후보도 당선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들은 비한나라당을 좌파로 부른다.
광주시의회도 갖은 짓을 저질렀다. 4년 전 4인 선거구제로 기초의원을 뽑았더니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민주당 일색의 일사불란한 기초의회가 만들어지지 않아 불편했던 모양이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어제 "광주시의회의 선거구 쪼개기는 소수 정당의 진출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MB정권'의 독주를 막기 위한 야권 단일화 논의에 찬물을 끼얹은 반통합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반드시 재연되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더 있다. '참 나쁜 지방 사람'에 대한 서울 지역 언론 보도다. 그들은 지난 4년간 단체장들이 저지른 비리를 덧셈해 마치 모든 단체장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지방이 비리의 온상이란 느낌이 들도록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4년 전에도 그랬고 그 4년 전에도 그랬다.
서울 언론들이 난리를 치니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나섰다. 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비리가 관행화되고 누적되고 있다"면서 "출범 3년차를 맞아 정부는 교육 비리와 토착 비리를 척결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법무장관이 "교육 비리를 집중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각 지방 검찰과 경찰은 그 이전부터 움직인 듯하다. 대구'경북 경찰은 '토착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경북 경찰은 이미 65명의 토착 비리 사범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뇌물을 받고 이권에 개입하는 공직자는 엄벌에 처해 마땅하다. 마음 상하는 것은 그들의 눈길이다. 지방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토호들과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기 쉬운 사람으로 서울 공무원들은 본다.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시골 사람들이 자기 대표를 자기가 결정하고, 서울 사람들로부터 '악의 축'인 양 폄훼당하지 않는 봄은 언제쯤 올까?
최재왕 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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