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친목모임이 끝내자 서로 계산을 하려고 한다."자~기분이다. 오늘은 내가 낼께. 자~ 앉아 있어 오늘은 내가 낸다니까. 어이 내가 낸다니깐…." 그리고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여~보! 적십자 회비는 내셨어요?" 요즘 라디오에 방송되는 적십자회비 모금 광고 카피이다.
어려운 경제 위기 속에서도 우리들은 이처럼 술자리, 회식자리, 식사자리에서는 서로 비용을 내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사랑의 손길은 한겨울 추위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어 있는 듯하다. 지금 여러분은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뭘 하고 계시는가요?
10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그 궤를 같이 하며 이 땅의 어려운 이들의 아픔을 함께해온 대한적십자사는 인도주의 사업에 사용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초 시민, 기업, 단체를 대상으로 적십자회비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십시일반으로 내어 주신 적십자회비는 재해구호에서부터 사회봉사와 보건의료사업, 남북협력사업, 청소년 활동, 국제협력, 헌혈 운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역에서 인도주의 활동에 사용되었으며, 특히 관내 4천300가구 9천400여명의 이재민 및 취약계층에 대해 쌀, 라면 등 구호품을, 5만여명의 어르신들에게는 따뜻한 식사를, 480여명의 소년소녀가장에게는 장학금과 생활비를, 2천750가구에 대해서는 사랑의 연탄, 김장을 600여가구의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는 자원봉사자와의 1대1 결연을 통해 도시락 및 밑반찬 전달, 목욕 서비스 등 자식과 같은 보살핌을 드리는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남의 시킴을 받지 않고 스스로 나서 모금에 동참해 주십사 부탁을 드린 적십자회비 자진납부 제도가 '내도 그만 안내도 그만'이라며 쉽게 생각해 버리는 시민들로 말미암아 매년 적십자 사업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참여율과 회비 모금액은 점점 감소되는 추세로 인도주의 사업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전 날품팔이로 한평생을 살아오신 팔순의 할머니가 어렵게 모은 돈을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익명으로 기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부는커녕 세 살배기 어린 자식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으로 온 매스컴을 장식하기도 하는 이기적인 세상 속에서 이 할머니의 선행이야말로 시원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혹여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행했을까? 아니면 할머니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천사가 스스로 나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을까? 평소에도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은 가난을 접해본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말하지만 이 할머니처럼 과연 그러한 선행을 선뜻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간혹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도 막상 소액이라도 낼라치면 조금은 망설여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내가 낸 작은 금액이 모여져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 생각된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나의 작은 실천이 내 주변과 사회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 내가 가진 작은 것을 조금만 나누는 것에서 이웃 사랑을 실천해 보자.
침체된 지역 경제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 현실이지만, 시민 여러분의 진심어린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아직도 이 사회를 훈훈하고 보람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처럼 나눔의 미덕이 꽃향기처럼 넘쳐나는 사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십자와 함께 힘을 합쳐보자. 그리고 대구시민의 저력을 전국 방방곡곡에 떨쳐보자.
이종하 대한적십자사 대구광역시지사 총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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