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동산 이야기] 가장임차인에 의한 폐해

정당임차 위장 배당 신청 잦아…대출 당시 '무상거주' 확인을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81년 3월 5일 제정된 후 1983년 12월 30일 소액 최우선배당금제도를 도입·개정해 1984년 1월 1일 시행된 이후 수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이 법은 근저당 등 물권을 가진 채권자의 이익이 침해될 소지가 없지 않음에도 사회적 약자인 소액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법률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는 실제 친인척 간 주택 무상임차, 또는 지인 간 단순 사용대차인데도 경매가 개시되면 전입 사실만을 이유로 정당한 임차인으로 가장해 소액(최우선)배당을 신청해 받아가는 행위다.

이렇게 가장임차인이 먼저 소액배당을 받고 나면 정당하게 배당받을 자격이 있는 임차인과 근저당권자 등에게 지급될 배당액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매수인(경락인)에게 명도의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만약 이해관계인이 배당이의를 제기하면 실제 배당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배당이의소송 기간만큼 명도 절차가 늦어져 그 손해는 모두 매수인이 감수해야 한다.

또 가장임차인의 전입일이 근저당 등 물권 설정일보다 앞서는 경우 아예 배당요구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가 매수인에게 거짓 임차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주장하는 등 더 큰 손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와 같이 선순위 전입을 이유로 대항력(바뀐 주인에게 대항해 임차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힘)을 주장하는 가장임차인의 함정에 빠져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등 초보입찰자로 인한 재매각 사건이 적지 않아 입찰기일 전 정확한 사실 조사가 필수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찰기일 전에 입찰대상 주택의 구조와 임차인의 점유부분, 실제 주거 및 사용 여부, 소유자와의 관계, 임대차계약서의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당해 부동산을 매수하기 전의 이해관계인이 아닌 상태에서 그 실상을 모두 파악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친인척 간 임대차관계로서 그 부정(否定)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서 및 임차보증금의 송금(또는 수표 지급) 내역 등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해야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알아낼 재간이 없다.

또 경매 진행 중에 소유자인 가구주가 전출하고 다른 가구원이 새로운 가구주로 바뀌어 있다면 대항력 있는 임차인으로 오해하기 쉬워 확신을 갖고 입찰하기 어렵다.

그러나 가장임차인이 있는 물건은 통상 임차보증금과 대출액을 합한 금액이 감정가를 초과하기 마련이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이혼한 부부, 서로 성이 다른 장모와 사위, 현소유자와 전 소유자 관계라면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을 방문해 대출 당시의 '무상거주확인서'를 확인하고, 등기부등본상의 과거 소유권 및 권리의 변동, 특히 당해 부동산의 과거 경매 이력을 확인하는 등 조사·탐문한다면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입찰참가자를 위해 법원에서 제공하는 집행관 현황조사서, 임대차관계조사서, 매각물건명세서, 등기부등본 등 기본적인 서류만으로 단번에 가장임차인임을 밝혀낼 수 있는 혜안은 그리 많지 않다.

하갑용<리빙경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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