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아들을 두고 있는 배경자(가명·44·여)씨는 매일 오전 8시 30분까지 회사에 출근해 오후 6시 30분쯤 퇴근한다. 배씨는 지난해부터 보건복지가족부가 실시하고 있는 아이돌보미 사업 덕을 톡톡히 봤다. 아이돌보미 사업은 생후 3개월부터 12세까지 아이를 보육사가 직접 찾아가 돌봐주는 서비스. 배씨네 아이돌보미는 하루 4시간씩 출퇴근 시간에 아이를 봐주고, 어린이집 등·하교를 도맡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연간 960시간이던 아이돌보미 이용 시간이 올 들어 갑자기 480시간으로 줄어든 것. 이에 따라 배씨의 이용 시간 역시 절반으로 줄어 출퇴근 중 한 시간대에만 아이돌보미를 부를 수 있다.
배씨는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느라 직장 눈치 살피기 바쁘다"며 "이혼한 여성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느닷없이 사업을 축소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막막해했다.
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아이돌보미 사업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편성한 아이돌보미 사업 예산은 155억원으로 추가경정 예산 48억원을 더해 총 203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4월부터 9개월간 시행, 서비스 만족도가 높았다. 복지부가 전국 229개 지역 3천721가정을 대상으로 아이돌보미 지원사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2.2%가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8개 구·군 가운데 중·서구를 제외한 6곳에서 예산액 전액을 소진했고, 모두 3천512가구가 서비스 혜택을 누렸다. 구청별 아이돌보미 사업 담당들은 "수요가 폭증해 대기자까지 생겼을 정도"라며 "올해 역시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아이돌보미 사업 예산은 153억원에 불과하다. 대구 경우 8억8천만원으로 각 구·군청당 1억1천만원이 배정됐다. 지난해 9개월보다 사업 기간은 3개월 늘어난 데 반해 예산은 2억1천만원이나 줄었다.
이 때문에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복지기관 홈페이지에는 "얼마나 출산율이 떨어져야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다"는 비난글과 "아이돌보미 사업을 원상회복시켜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가족지원과 담당은 "지난해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악화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했다"며 "올해부터 긴급하고 일시적인 아동보호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예산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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