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음악에 식상한 가요 팬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음반이 나왔다. 가수 제이(J.ae, 33)의 스페셜 앨범 '센티멘털'(SENTIMENTAL)이다.
2000년 '어제처럼'을 히트시키며 어반 사운드의 대중화에 한 몫을 한 제이. 그녀는 후크송과 전자 사운드의 노래들이 봇물을 이루는 한국 대중가요계의 흐름에 아랑곳 않고 '제이 스타일'을 우직하게 지킨 신보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제이는 예의 조용한 말투로 조근조근 자신의 음악을 설명했다.
"유행하는 음악을 해 봤자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제 목소리를 살리는 노래를 불렀죠. 성숙하고 깊이 있는 노래를 찾는 팬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한번에 느낌이 오진 않지만 천천히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를 모았어요."
신보는 이효리, 김종국, MC몽 등 가수들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매드 소울 차일드(Mad Soul Child)'와 제이가 공동 프로듀싱했다. 제이는 정재영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엔젤스 디스가이즈'(Angel's Disguise)와 '러브' (Love) 등 두 곡의 가사도 썼다. 이밖에도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이지린, '에코 브릿지'의 이종명, 기타리스트 샘 리(Sam Lee) 등 뮤지션이 음반에 참여했다. 모두들 트랜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유행가를 똑같이 찍어내는 뮤지션들은 아니다.
"제게 잘 어울리는 곡을 유명한 작곡가가 써 주면 안 받을 이유가 없죠. 전 작곡가의 유명세보다 얼마나 제 스타일에 맞춰주는지를 봐요. 제 스타일의 노래를 만들어주면 다 좋아합니다. 오래된 느낌이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가 좋아요."
타이틀곡은 이지린이 작사 작곡한 'NO.5'다. 제이의 몽환적인 노래에 은지원의 랩이 조화를 이뤘다. 발라드 넘버인 '사르르'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엽이 참여했다. 아이돌 그룹 '엠블렉'의 지오는 수록곡 '끝을 알 수 없어도'를 함께했다.
"정엽씨와는 꼭 한번 같이 노래를 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를 얻었어요. 은지원씨에게는 타이틀곡 랩을 부탁했는데 흔쾌히 응해줬습니다. 감사하죠."
1998년 데뷔한 제이는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 12년간 가요계 활동을 해 왔다. '제이 스티일'을 고집하는 데에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팬들에 대한 신뢰가 큰 작용을 했다.
"음악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또 사람을 위한 것이잖아요. 내가 느끼는 것을 음악으로 알려주면 그게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언젠가 다시 생명력을 얻는 게 음악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금까지 활동을 해 왔고요."
1집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제이는 2집을 내고 '어제처럼'으로 유명세를 탔다. 두 장의 CD로 제작된 1집에는 그의 마음에 드는 노래가 많이 담겼다. 하지만 정작 타이틀곡은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1집은 그렇게 실패했다. 그런데 부담을 벗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한 2집은 성공을 거뒀다. 그 때 제이는 자신의 스타일을 사랑해 주는 팬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후에 3, 4집이 잘 안 됐지만 1집 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그렇게 힘이 안 들더라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이 생겼어요. 이후 5집도 열심히 만들었는데 회사 문제 때문에 제대로 활동을 못했죠. 이번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회사에 들어와서 편하게 활동할 수 있을 듯합니다."
소속사 문제로 꽤나 부침을 겪은 제이. 그러나 사생활 문제에 있어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재작년 결별한 교포 남성과의 열애가 제이에겐 거의 유일한 사생활 관련 뉴스다.
"밖에 나가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 '일 아니면 집'이죠. 가끔씩 나가서 놀아도 적당히 술 마시고 적당히 즐겨요. 인생의 테마가 '적당히'입니다. 워낙 안 나가서 스캔들이 없나 봐요. 사실 12년 동안 스캔들이 없는 건 아무 것도 아니죠. 데뷔 후 40년이 지난 후에도 스캔들이 없다면 저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전 그냥 제 부모님이 저 때문에 욕을 먹지 않게 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이런 저에게 애늙은이라고 해요."
제이는 2008년 연애를 마친 이후 솔로로 지냈다. 연애에 대한 열정은 항상 있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귀찮음이 연애를 막았다. 하지만 "내 사람을 만나면 분명히 좋을 것"이라며 "기대를 버리진 않는다"고 했다.
연애에 대해선 긍정적인 제이이지만 결혼에 대해선 조금 비관적이다.
"결혼에 대해선 사실 잘 모르겠어요. 상대방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어차피 우리나라 기준에서는 이미 결혼이 늦었잖아요. 나이 때문에 서두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일도 더 하고 여행도 더 다니고 내 시간도 더 갖다가 조금 늦게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인생은 제 것이잖아요. 남들의 시선 때문에 하고 싶진 않아요. 결혼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때 할 겁니다."
합리적인 개인주의자인 제이는 결혼 계획 대신 미국 진출에 대한 꿈을 전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면 미국 시장에도 꼭 진출해보고 싶다는 그다. 미국에 진출한 여러 한국 가수가 영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것을 감안하면, 재미교포 출신인 제이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 미국 시장에 나간 한국 가수들이 자랑스러워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 가서 한국 가수가 잘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하지만 비전을 함께 할 회사를 만나지 못했죠. 기회만 있으면 미국 시장에 꼭 가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지내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는 제이. 한동안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뉴스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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