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민족 할 것 없이 토속신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동양권에는 여러 형태의 토속 신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바위나 나무 등이 대상이 되는데, 여행을 하다 보면 시골 동네 어귀에 심어 놓은 정자나무를 동네를 지켜주는 수호목으로 여겨 동제를 지내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특히 예부터 전염병이 창궐하고 사람이 죽으면 귀신의 소행으로 여겨 귀신을 쫓고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가시가 많은 엄나무를 마을 어귀나 집의 대문에 많이 심었다. 옛 사람들은 이 나무의 뾰족한 가시가 귀신의 침입을 막아 준다 하여, 엄나무 가지를 대문이나 방문 위 등 출입구에 꽂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도 충청도나 전라도 지방에는 이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엄나무는 기름지고 물기 많은 땅에서 잘 자라지만 습한 기운을 몰아내는 방습(防濕)의 효능이 있어, 물속에 담가 둬도 잘 썩지 않고 축축한 곳에서도 습기가 잘 스며들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엄나무는 가구나 악기 등의 재료로 이용된다. 예전에는 비올 때 신는 나막신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엄나무를 삶은 물로 단술이나 술을 빚어 마시면 신경통과 요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많이 사용한다. 엄나무 가지를 삼계탕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또 봄에 돋아나는 어린 순은 개두릅나물이라고 하는데,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독특한 맛과 향이 있어 입맛을 돋워 주는 봄나물이다.
엄나무는 가시가 줄기와 가지에 빽빽하게 나 있는 나무로 모양새가 오동나무(桐)와 닮았으며 바닷가(海)에서 잘 자라서 해동목(海桐木)이라고 하고, 가시(刺)가 많아 자동(刺桐)이라고도 한다. 성장이 빠른 편으로 자라면 키가 20m를 넘는 낙엽활엽수로, 잎은 단풍나뭇잎을 닮았으나 그보다 훨씬 크다.
7, 8월에 연한 녹색의 꽃이 피었다가 10월에 까맣고 둥근 열매가 많이 열리는데 새들이 매우 좋아한다. 주로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자생한다.
한의학에서 엄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한 엄나무의 나무껍질로 한약재명은 해동피(海桐皮), 자동피(刺桐皮)라 하며 초여름에 채취하여 가시를 긁어낸 후 말려서 사용한다. 성질은 평하고 맛은 쓰면서 맵다.
해동피는 신체가 무겁거나 부으면서 관절통이나 신경통을 일으키는 풍습증상(風濕症狀)을 없애고 경락의 기운을 잘 소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풍습이 인체에 침입해 사지가 저리거나 통증이 일어고 오그라드는 증상과 허리와 무릎의 통증 등을 치료하는 데 이용된다. 살충'살균작용과 소양감을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어 치통, 이질(痢疾)과 옴(개선'疥癬) 등의 피부질환에 외용약으로 활용한다.
약리학적으로 해동피를 소량 사용할 때는 중추신경계 흥분작용이 있으며, 다량 사용할 때 진정작용이 있고 위액 분비를 항진시키며 거담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진통(鎭痛), 소염(消炎) 작용이 있기 때문에 신경통, 요통, 관절염 등 각종 통증에 일정한 효과가 있다. 피부진균류에 대한 저지 효과도 있어 개선 등의 피부질환과 구내염(口內炎)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동피는 민간에서는 일반적으로 신경통이나 어깨, 허리, 무릎의 관절통이 있거나 간에 좋다고 하여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안색이 창백하고 손톱과 입술도 창백하며 머리는 무겁고 어지러우며 귀가 울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며, 여자의 경우에는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그 양이 적어지고 색깔이 담백하며 심하면 월경이 없어지는 경우인 혈허(血虛)한 사람과 체력이 평소 약한 사람은 복용을 금해야 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