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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像'으로 이룬 50년 나무 다듬기…최영철 개인전

"나무는 가장 인간을 닮았습니다. 동시에 그리스도와 부처를 닮았지요. 모든 종교의 뜻이 집약된 것이 나무 아닐까요."

40년 이상 나무를 깎아 성상(聖像)을 만들어 온 목조각가 최영철의 개인전이 3월 2일부터 14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아카시아, 마호가니, 주목, 편백나무 등은 그의 손길을 거치면 성화로 거듭난다. 작가는 나무를 통해 돌에 맞아 죽은 성인인 스테파노, 살가죽이 벗겨져 죽은 바르톨로메오 등을 만났고, 그들을 조소적으로 표현한 회화로 작품화했다. 그 작업만 40년째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을 비롯해 크리스트교, 불교, 힌두교, 토속신앙 등 여러 종교들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가톨릭 성인들을 주제로 한 성화뿐만 아니라 십이지신상, 마호메트, 관음보살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작가의 말대로 '사랑과 평화'를 형상화한 것이다.

아메라시안(Amerasian). 백인도, 동양인도 아니다. 작품 속의 예수 그리스도와 부처는 동양인 특유의 자애로운 모습과 서양인의 이목구비를 가졌다. 바로 작가 자신과 닮아 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흔히들 말하는 '혼혈'이다. 6·25전쟁 고아인 그는 10세 때 이탈리아로 입양되었다. 그의 양아버지는 우연찮게도 이탈리아 미래주의의 거장으로 불리는 카를로 카라(1881~1966). 천운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 입양된 가정에서 신앙과 조각을 배우며 그는 조각가로 자라났다.

어머니의 결핍 때문일까. 그의 작품 근간에는 '어머니'가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의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인지, 어머니를 주제로 한 작품이 유독 많아요. 어머니가 가장 큰 신앙이고 모든 종교의 궁극이죠."

그래서인지 그의 손길을 거친 그리스도는 굵은 칼자국을 통해 인간적인 고뇌가 느껴지고 성모 마리아의 끝없는 자애가 나무에 배어나는 듯하다. 오랜 시간 간절한 기도는 작품의 밑거름이 된다.

가톨릭 성화에 매진해오던 그는 종교적 성화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여러 종교의 대표 신앙대상을 찾아보니 의외로 상품화된 것만 많았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가톨릭 이 외의 다른 종교 성상을 조각했죠. 고민이 많았지만 모든 종교의 궁극적 목표는 '사랑과 평화'라는 데에 이의가 없으니까요."

그는 탱화로만 존재하는 삼존불을 조소적으로 표현한 회화로 제작하고 싶다. 그 작품을 위해 다시 칩거할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영월에 종교박물관을 개관했다. 12년간 영월 폐교 작업실에서 만들어온 작품 500여점이 모두 소장돼 있고 200여점은 상설 전시하고 있다. 앞으로 종교박물관을 통해 종교 미술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는 부산비엔날레 및 광주비엔날레 초청작들도 전시된다. 033)378-0153.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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