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의 대표격인 잉어는 예부터 민간에서 임신수유부와 노약자의 원기를 북돋워 주는 보신 약재로 널리 쓰였다. 중국의 고대음식 팔진미에도 잉어꼬리 요리가 등장할 정도로 진미에도 속하는 잉어는 겨우내 쇠진한 기력을 단번에 회복시켜 주는 고단백 식품이다. 단순히 물에 고아내는 칭기즈칸식 잉어탕 외에 민물고기 매운탕처럼 대중요리로 개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바로 안동잉어찜이다. 고추장을 주재료로 만든 매운 양념과 각종 채소를 함께 버무려 먹는 잉어찜의 매콤한 맛은 한번 먹어 본 사람이면 그 감칠맛을 잊지 못한다. 안동간고등어와 안동찜닭처럼 최근 몇 년 새 전국 미식가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안동잉어찜의 탄생지인 안동시 용상동 반변천변을 찾았다.
◆안동잉어찜은 청정 반변천이 원조
낙동강 최상류계의 본류와 최대 지류인 반변천이 만나 북쪽 산기슭을 제외하고 동·서·남쪽 삼면이 강으로 둘러쳐진 용상동은 예부터 주민들 전부가 어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민물고기잡이에 능하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마을잔치도 강가에 나가 가마솥을 걸어 놓고 매운탕을 끓여먹는 등 전통 천렵행사로 치르기도 한다. 그래서 민물고기 요리가 어느 곳보다 잘 발달돼 있다. 매운탕은 초등학생들도 끓일 정도로 기본이고 잉어찜, 피라미 조림, 튀김 등으로 특화된 민물고기 음식이 다채롭기 그지없다.
그중 전국화된 음식이 바로 잉어찜. 물 맑기로 소문난 안동팔경 중 한 곳인 선어대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용상물고기식당이 원조집이다. 이 집 주인 노명일(46·용상동 981-1)씨는 2대째 이어져 오는 반변천 민물고기잡이 어부다. 쏘가리, 꺽지, 동사리, 참마자, 메기, 잉어, 뱀장어, 모래무지 등 모든 물고기를 직접 잡아들인다. 부인 윤여숙(42)씨는 잉어찜 요리를 개발한 시어미니 김춘화(76)씨에게 민물고기를 재료로 하는 다양한 조리법을 배웠다.
"아버님이 팔뚝만한 잉어를 자주 잡아오시는데 당시에는 그냥 푹 고아내는 잉어탕 외에 특별한 조리방법이 없었어요. 팔고 남은 잉어는 어쩔 방법이 없어 이웃에 나눠주곤 했지요."
'매운탕처럼 잉어를 요리해 파는 방법은 없을까? 인기 있는 안동찜닭처럼 잉어요리를 해낸다면….' 그냥 물에 삶아내던 잉어를 증기로 쪄내고 거기에 고명으로 살짝 데친 채소를 얹고 매운 양념고추장으로 버무렸다. 안동잉어찜은 20여년 전쯤 윤씨의 시어머니 손에 의해 그렇게 탄생했다.
◆맛있는 안동잉어찜 요리법
"먼저 좋은 잉어를 골라야 돼요."
윤씨는 깨끗한 강에서 잡은 잉어라야 육질이 좋아 제대로 된 맛을 낸다고 했다. 물이 오염돼 지저분하거나 물이 흐르지 않는 저수지에서 잡은 잉어는 육질이 무르고 해금내가 나서 못 쓴다. 남편 노명일씨는 반변천 강잉어 중에서도 영양 잉어가 잉어찜에 가장 좋다고 했다. 빵빵하게 살찐 모양부터가 먹음직스럽고 배를 갈라보면 잉어 갈빗대에 기름이 차 있을 정도로 맛이 기가 막힌다는 것. 잉어찜을 만들어 놓으면 손님들이 국물까지 다 긁어 먹을 정도라고 했다.
잉어찜용으로는 체장이 35∼40㎝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배를 갈라 쓸개를 터뜨리지 말고 조심해서 내장을 제거한 뒤 비늘을 치고 아가미를 떼 낸다. 아가미 제거는 해금내를 없애기 위한 것. 칼집을 넣고 잘 다듬어 물기를 제거해 둔다.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양쪽을 2, 3분씩 번갈아가며 살짝 지져낸 다음 채반 위에 쿠킹호일을 깔고 잉어를 찐다. 살짝 뜨거운 김을 한소큼 씌워낸 뒤 양념장으로 잉어 속을 채운다. 찜솥에다 25~30분쯤 푹 찐 다음 미나리, 쑥갓, 대파, 부추, 팽이버섯, 콩나물을 얹고 다시 3~5분 더 찐 다음 뜸을 들여서 상에 낸다. 잉어찜의 매콤한 감칠맛 비법은 고추장과 고춧가루, 생강, 양파를 갈아서 만든 양념고추장 맛내기가 출발이다. 된장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념장은 이 집만의 비범. 1개월 동안 잘 숙성시켜야 제맛을 낸다고 한다.
"명절에는 더 문을 못 닫아요. 멀리서 단골손님들이 찾아오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일요일도 없어요." 이집 잉어찜을 맛보기 위해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식당이 안동에 있는데도 찾아 오는 손님은 대구사람이 가장 많다. 원조집이니 만큼 잉어찜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천연식품 잉어찜은 한방보신 약재
"잉어에는 질좋은 단백질과 소화성이 좋은 지방, 칼슘과 비타민이 많아 예부터 임신수유부나 병중병후 원기 회복에 많이 쓰였습니다."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한귀정 박사는 잉어를 진짜배기 보약으로 추천한다. 또한 불포화 지방산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동맥경화, 고혈압인 사람에게도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고 단백질, 지질, 칼륨, 철 등 미네랄과 비타민A, B1, B2가 많고 히스티딘, 글리신과 같은 아미노산도 많이 함유돼 있어 몸에 매우 이로운 천연 건강식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종합적인 고도의 영양성분이 부인병이나 특히 산후 산모의 젖을 나오게 하는 분비 촉진제로 작용하고 임신부의 태동 불안을 다스리는 데도 매우 좋다고 해 약용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산모가 먹으면 젖이 많아지고 건강을 쉽게 회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몸안의 어혈을 풀어주고 순환을 돕고 수족냉증과 부기를 내려주는 잉어를 여성에게는 산전 산후를 가리지 않고 이용한다. 또 잉어의 쓸개는 간의 열을 다스리기 때문에 눈이 붓거나 붉어지는 질환을 치료하고 다슬기와 마찬가지로 과음 후 술독을 풀어 저하된 간기능을 회복시켜 주고 근육을 살찌우게 하는 데 쓴다. 또 간기능 저하로 오는 복수증상 치료와 만성 소모성 질환 치료 보조, 산후 저림증 완화에도 쓴다.
◆전통 천렵으로 잉어찜 브랜드화
"뭐니뭐니 해도 낙동강 상류처럼 좋은 민물고기는 전국에 없는 것 같아요."
낙동강 하류나 섬진강 일원에서 잡히는 민물고기는 요리를 해 놔도 육질이 무르고 맛이 덜하다는 것. 그래서 대구경북 최대 물고기 시장인 대구 칠곡시장에 가면 반변천 민물고기를 한금 더 쳐 준다고 한다. 낙동강 최상류의 깨끗한 수질에다 물고기 육질마저 좋으니 너도나도 찾을 정도로 인기가 좋아 높은 값에 거래된다.
노씨는 중국산 민물고기가 헐값에 전국 매운탕집에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 맥이 빠진다고 했다. 잉어는 물론 붕어와 미꾸라지, 다슬기, 쏘가리, 동자개에 이르기까지 수입 물고기가 국산으로 둔갑해 마구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쏘가리는 북한산도 있다. 이를 바로 알리기 위해 올해부터 반변천에서 여름철 전통 천렵 시연회도 열 계획이다. 사발묻이나 대통발 던지기, 투망질, 가오(가짜오리) 끌기, 횃불치기, 여울그물 끌기 등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전통 방식의 민물고기 잡이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 백사장에다 삼베 차양을 치고 도롱이 접사리를 걸치고 장맛비속에 여름철 호미씻기 겸 천렵행사를 하던 옛 모습 그대로를 연출해 보이는 '낙동강 누치잡이' 전통 천렵 행사는 이곳 민물고기의 가치를 재조명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용상물고기식당에서 하루 소비되는 잉어는 10마리 정도. 한 달이면 300마리, 일년이면 4천마리에 이르는 양이다. 잉어찜 가격은 대중소로 나눠 3만원, 4만원, 5만원. 포장판매도 한다. 골빤지 박스에 담아 전국 어디든지 버스편으로 보내 준다. 택배용기는 아직 개발하지 못한 상태. 별미로 쏘가리매운탕과 꺽지찜, 잡어조림, 장어탕 등이 있다. 054)821-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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