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스케이트화를 신으며 처음 피겨에 입문했던 일곱 살 소녀가 마침내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어제 오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 겨울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에서 오랜 라이벌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는 올림픽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로 손꼽혔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와 성원만큼이나 그 중압감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떨쳐낸 쾌거이기에 그녀의 올림픽 챔피언 등극은 더욱 자랑스럽다.
여름올림픽의 꽃이 마라톤이라면 겨울올림픽의 꽃은 여자 피겨 스케이팅이다. 아름다운 여자 선수들이 온몸으로 만들어 내는 피겨 경기는 겨울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인기 1순위이다. 김연아의 경기를 보기 위해 고가의 암표가 등장했을 정도이니 두말이 필요 없을 게다. 이번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도 '꽃 중의 꽃'으로 부상하기 위해 일본의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캐나다의 조애니 로세트 등 각국의 여자 선수들이 사력을 다했다. 김연아는 이미 다른 선수들과 확연한 기량 차이를 보였지만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번 피겨 심판진에는 김연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인물까지 포함됐었다.
올림픽 무대는 작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김연아는 라이벌들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했다. 김연아는 최근 발간한 자신의 에세이집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내 성적이 나빠지면 국민들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마저도 나를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웠다. 사람들이 내가 잘했을 때만 내 편이고 내가 실수를 하고 경기를 잘 못하면 금방 돌아서겠구나. 항상 잘해야 하고 일등이 아니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 그 무언가가 너무 원망스럽고 섭섭했다"고 토로했다.
자전 에세이에서 밝혔듯이 김연아의 가장 큰 맞수는 주변의 기대라는 부담감이었다. 이번 겨울올림픽에서 사상 최고 점수의 연기를 펼친 것은 그녀의 담대함이 빚은 결과다. 그러나 '꽃 중의 꽃'으로 등극한 김연아만 보지 말고 그녀가 흘린 땀과 눈물도 아울러 기억해야 한다. 한국은 여자 피겨 스케이팅 우승으로 이번 겨울올림픽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국가가 됐다. 김연아의 여자 피겨 스케이팅 싱글 부문 우승은 오랜 겨울가뭄 끝에 찾아온 봄비처럼 온 국민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셨다. 그 감동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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