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배움을 시작하는 아이들

3월은 각 학교들에 입학식이 열린다. 드디어 긴 배움의 길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우리 둘째 딸도 마음이 설레고 떨린다며 학교 갈 날수를 헤아린다. 책을 겨우 떠듬떠듬 읽어내는 수준으로 학교에 입학을 해야 하니 아이 스스로 긴장되나 보다. 여타 많은 부모들은 아이보다 더 긴장한다. 첫아이면 그 강도가 훨씬 더하다. 물론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부터 여러 가지를 배워왔고, 학습을 시작해왔다. 학습은 초등학교 이전부터 해오고 있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과연 학교에 가기 전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요즘은 한글, 한자, 영어, 피아노, 미술, 수학 이렇게 여러 가지에 걸쳐서 배우며 지식의 양을 늘려가고 있다. 조기교육의 열풍은 갈수록 더해가고 아이들이 배워야 할 학습량도 훨씬 많아졌다. 아이들의 경쟁은 초등학교 입학부터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시작되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머릿속 지식을 키우는 데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몸의 성장보다는 머리의 성장에 더 치우쳐서 몸은 따라가지 못하는데, 머리만 앞서가는 아이들로 커가고 있다. 한창 몸을 움직이고 놀아야 할 나이에 학습을 강요당하니 자연 몸이 부실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아이들이 배우는 방법은 일단 몸으로 먼저 부딪치고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바른 길을 찾게 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런데 머리로 먼저 생각하다가 몸으로 느낄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본능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이들의 학습방법이다. 어른들은 이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은 미지에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다. 부모들은 그 호기심이 학습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면서 갖은 방법을 동원해 아이들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탐색, 그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을 먼저 하고 싶어한다. 특히나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확실한 통제권을 갖기를 원한다. 손을 조몰락거리면서 여러 가지를 만들어도 보고, 몸을 열심히 움직여서 균형에 대해서도 터득하게 된다. 소 근육과 대 근육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성장을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알맞은 것이 놀이이다. 특히 또래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노는 것은 어떠한 학습보다 아이들을 바르게 성장시키는 좋은 도구이다. 열심히 몸을 움직여 놀면서 자신에 대해 알게 되고 이것이 만족이 되면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여기서부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해야 할 일들이다. 다른 사람과 올바른 소통, 그리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학습이 함께 이루어지면서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는 것이다. 이 순서를 뒤바꿔 놓으면 아이들은 균형을 잃어버리고 호기심도 잃어버린다. 부디 어른이 바라는 리듬대로 아이를 키우지 말자. 아이들이 원하는 자연스런 리듬으로 자라게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 아닐까?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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