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풍산 안강공장 폭발사고…이번에도 원인은 모른다?

소구경탄 뇌관 건조 공휴인 특근하다 2명 사망

폭발사고가 일어난 ㈜풍산 안강공장 내 뇌관건조실이 폭발의 충격으로 건물 콘크리트 파편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공장 측은 국가 중요시설인 방위산업체라는 이유를 들어 취재진의 사고현장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폭발사고가 일어난 ㈜풍산 안강공장 내 뇌관건조실이 폭발의 충격으로 건물 콘크리트 파편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공장 측은 국가 중요시설인 방위산업체라는 이유를 들어 취재진의 사고현장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그 공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1일 낮 방위산업체인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풍산 안강공장 뇌관건조실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이 회사 직원 2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안강공장에서는 수차례 폭발사고가 일어났지만 그때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위산업체의 안전관리 부재와 비밀주의로 인해 직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휴일 특근하다 '참변'=1일 오전 11시 45분쯤 안강공장 안 뇌관건조실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사고가 일어나 건조실 안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 곽모(48·경주시 황성동), 권모(45·경주시 안강읍)씨가 현장에서 숨졌다. 두 사람은 공휴일에 특근을 하며 소구경탄 뇌관 건조공정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또한 폭발로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 330㎡ 가운데 82㎡가 파손됐다. 다행히 건조공정 중인 뇌관이 보관된 선반과 사고지점 사이에는 50㎝ 두께의 콘크리트 방호벽이 있어 추가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고를 처음 목격한 이 공장 직원 최모(51)씨는 "사고현장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특근을 하던 중 '꽝'하는 폭발음을 듣고 달려 가보니 건조실 건물이 부서지고 연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뇌관건조실은 공장 본관과는 별도의 건물로 5.56㎜ 소구경 탄약에 사용되는 뇌관을 탄피에 장착하기 전에 건조하는 곳이다. 폭발사고가 난 지점은 이 건물 중 건조된 뇌관을 옮기기 전에 용기에 담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로 콘크리트 건물 벽면이 완전히 파손되고 파편이 30여m나 날아가는 등 폭발 규모가 매우 컸다"고 말했다.

▷'오리무중' 사고 원인=경찰과 ㈜풍산 안강공장은 추가 폭발가능성에 대비해 현장을 차단하고 사고 경위 및 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2일 오전부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함께 정밀감식작업에 들어갔다.

안강공장 이호동 상무는 "생산하는 뇌관은 타격식 뇌관이라 충격 이외에는 뇌관이 터지지 않는다. 뇌관이 터질 수 있는 힘이 어떤 식으로 가해지지 않았나 본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폭발 원인을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소구경탄 뇌관을 용기에 담는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충격에 의해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란 추정이 공장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전기나 화학반응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하지만 폭발 원인을 알 수 있는 현장 작업자 2명이 모두 숨졌고 건물 내부에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아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쉽지 않다. 소구경탄 뇌관 건조공정은 안전상 습식상태로 보관된 뇌관을 탄피에 장착하기에 앞서 성냥알 크기의 소구경탄 뇌관 8천개를 구리로 만들어진 통에 담은 뒤 도전성(導電性) 용기에 옮겨 건조작업장 선반에서 72시간 동안 수분을 없애는 작업이다.

▷폭발사고 과거에도 빈발?=전 직원 등에 따르면 이날 폭발사고가 발생한 ㈜풍산 안강공장은 지난 1989년 화약 원료가 폭발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해 직원이 숨지고 인근지역 주택 유리창과 건물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 2000년에는 질산을 보관하는 탱크가 폭발해 인근 칠평천으로 질산이 유출돼 하천을 오염시키는 등 크고 작은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이 사고가 수차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위산업체여서 정확한 사고 발생 및 경위, 원인 등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1973년 설립된 풍산 안강공장은 권총탄과 대공포탄, 박격포탄, 함포탄, 다연장로켓발사기탄 등 다양한 종류의 탄약을 생산하는 종합 탄약공장으로 기초원료에서부터 완성탄까지 생산이 가능한 수직계열화 공장이다. 500개의 밀집된 건물에 직원 1천500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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