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TV토론회의 승자가 되는 법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홍보가 관건이다 보니 벌써부터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의 대형 걸개사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점점 대형화되는 걸개사진은 후보자를 쉽게 알리는 도구로 쓰일지는 몰라도 유권자의 표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또 지역에서 정당의 공천 여부가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다 보니 공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따 놓은 당상이라는 고착된 지역 이미지를 벗어나야만 지역의 참다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가 지역의 참된 일꾼인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TV토론회가 보다 활성화 되었으면 한다. TV토론회는 후보자의 진면목을 직접적으로 비교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각종 대중 매체를 통한 광고나 연설 등은 후보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TV토론회는 저비용 고효율의 선거를 지향하며 후보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여러 선거에서 일부 후보자들이 TV토론회에 불참하여 토론이 파행으로 치닫기도 하였다. TV토론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후보자가 토론회에 참여하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방법, 토론 형식을 다양화하여 심층적으로 후보자를 검증하는 방법 등이 있겠다. 가장 실천 가능한 방법으로는 후보자에게 TV토론회 제작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방법이 있다.

필자는 그동안 각종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을 도와주면서 방송의 기술적 특성에 대한 이해와 토론에 대한 요령을 터득하면 후보자들이 토론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것을 보아왔다. 처음에는 생방송이라는 사실 때문에 긴장하던 후보자들도 곧 익숙해지고 토론을 잘 이끌어 나갔다. 후보자가 준비만 철저하게 한다면 TV토론회야말로 최상의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 후보자 지지층을 대상으로 투표의사를 강화시키고 부동층을 대상으로 후보자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투표의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다.

TV토론회의 제작에 관한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면 후보자는 토론회의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고 유권자는 후보자를 판단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스튜디오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있으므로 후보자의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질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 빨간불이 켜진 카메라에 잡힌 모습이 시청자들이 보는 화면이므로 이를 고려해 시선처리를 하면 된다. 가령 후보자가 자신의 왼쪽에 앉아 있는 진행자나 상대 후보자의 질의에 응답하려고 그들의 얼굴만을 보면서 이야기한다면 시청자들은 후보자의 오른쪽 옆얼굴만을 보아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또 카메라는 후보자들을 한 화면에 담아서 자연스럽게 후보자들을 비교하게 만든다. 하나의 방송화면을 분할하여 상호 토론하는 두 명의 후보자를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후보자는 TV토론회의 형식과 유사하게 자리를 배치하고 토론 연습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해서 분석해 보면 좋다.

TV토론회에서 후보자가 예상치 않은 질문을 받게 되면 답변하는 태도에 따라서 후보자 본연의 성격이 드러나기도 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필자의 연구 결과, 후보자의 자세나 카메라를 향한 시선의 방향, 제스처의 사용에 따라서 유권자의 후보자에 대한 이미지, 호감도, 투표 의사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후보자가 원고를 보고 읽기만 한다면 시청자와 교감을 나눌 수 없어 설득력을 잃게 된다. TV토론회는 시간도 매우 중요하므로 주어진 시간 안에 핵심 포인트를 간결하게 대답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유권자가 듣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유념하면서 결론을 먼저 말하고 부연 설명을 하는 식으로 말하면 된다.

TV토론회의 형식은 점점 다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UCC를 활용하여 유권자가 직접 생방송 중인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나 방청객들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후보자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이 도입될 수도 있다. TV토론회는 후보자 이외에 타인이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TV토론회를 회피하는 태도는 오히려 '나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고 지역 현안에 대해 토론할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20세의 김연아가 충분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금메달을 획득했듯이 후보자들도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당당하게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란다.

송석화(대구가톨릭대 취업교육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