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은 참 신비하다. 손'발톱, 머리카락 모두 저마다 고유의 기능이 있다. 외관상 보이지 않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각 기관들은 스스로 외부 환경에 적응해 몸을 최적의 상태로 만든다.
선인들은 몸을 소우주라 하여 늘 삼가면서 아끼고 단련했다. 아귀가 딱 들어맞게 만들어진 기관이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기능을 배가한 것이다. 대학 시절 잠시 배웠던 호흡법에서는 호흡과 간단한 운동을 통해 간이나 위 같은 내장 기관도 단련시킬 수 있다 했다.
내이(內耳)라고 부르는 귀의 안쪽 깊숙한 부분에 굵기가 약 0.3∼0.5㎜인 반고리관이 있다. 척추동물에는 대개 3개가 있어 세반고리관이라 한다. 서로 직각으로 된 이 관은 림프로 가득 차 있다. 몸이 회전하면 림프의 흐름을 감각세포가 감지해 회전감각을 느끼게 한다. 몸을 빨리, 여러 번 돌 때 균형을 잃거나 어지럼증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어릴 때 놀이 중 하나였던 '코끼리 코'를 하고 몇 바퀴를 돌면 금방 비틀거리며 넘어지거나 3D 영상을 볼 때 구토가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세반고리관 안에 있는 림프의 비밀이다.
하지만 세반고리관이 제 구실을 다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전을 많이 해야 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나 무용수 등이 그들이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도 짧은 시간에 빠른 회전을 하면 어지럼을 느낀다. 이 어지럼증은 오로지 끊임없는 반복 훈련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 림프가 자극을 받아도 뇌가 평상시와 다름없는 수준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인 미국 야후는 김연아가 금메달을 딴 뒤 이 회전의 비밀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피겨 스케이터가 빠른 회전을 해도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은 폭격기 조종사가 5기압이나 되는 중력을 견디거나 우주비행사가 거꾸로 뒤집어져도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이유와 같다고 했다. 훈련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피겨 스케이터의 경우 1년 정도 꾸준히 연습하면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회전 때 한 지점만을 응시하거나, 눈 감기, 다른 생각에 집중하기 등이 있다. 적응하고, 훈련을 통해 바뀌는 것도 몸이 가진 신비가 아닐까 싶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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