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장난으로 그친 '후보경선 의무화'…한, 개정안 변질

오히려 중앙·시·도당 권한 강화

한나라당의 당헌·당규 개정 결과, 각급 후보 선정 때 경선을 의무화하는 등 상향식 공천을 제도화시키겠다던 당초 공언이 허언(虛言)이 됨에 따라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최종 확정된 당헌·당규 개정안에 따르면 후보공천 관련 조항들이 종전에 비해 달라진 게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중앙당과 시·도당의 권한을 강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을 확정하기에 앞서 당헌·당규 개정특위는 경선 의무화 쪽으로 초안을 마련, 언론을 통해 이를 부각시켰음에도 개정안을 확정짓는 막바지 단계에서 이를 뒤집어 버린 것이다.

우선 각급 후보 추천(경선 원칙인 광역단체장 후보 제외)과 관련, 특위의 초안은 중앙당과 시·도당 공천심사위의 추천 후보 수를 복수로 제한하고 단수는 금지시킴으로써 경선 실시 의무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즉 공심위가 복수의 후보(당규에는 3명 이내로 구체화됨)를 추천한 뒤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정한다는 것이었다. 경선 방식으로 기존의 국민참여경선 외에 여론조사와 후보자추천위(광역 및 기초 의원에 해당) 선출까지 추가시킴으로써 경선 의지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후보 자격심사 조항에 '계량적인 지표'를 도입하고 종전의 면접이나 후보 간 토론회는 없앤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특위가 개정안을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경선 조항들이 변질돼 버렸다. 공심위의 후보추천 조항이 복수 후보는 물론 단수 후보도 가능하도록 바뀐 것. 이렇게 되면서 후보추천 방식으로 종전 당규에 있던 면접과 후보 간 토론회도 되살아났다.

결국 공심위는 후보 추천과 관련, 경선을 하든 하지않든 문제가 되지않으며 경선 방식으로 여론조사와 후보자추천위가 추가됐다는 것 정도밖에 바뀐 게 없다.

20명 이내인 공심위 위원의 구성 방식이 바뀐 것도 지적된다. 종전 당규는 외부 인사를 3분의 1 이상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으나 이를 삭제함으로써 중앙당과 시도당의 입김을 강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다.

중앙당과 시도당에 신설될 국민공천배심원단도 제한적인 권한을 갖는 데 그쳐 후보공천 과정에 일반 국민들을 참여시켜 공정성을 기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배심원단은 공심위에 의해 선정된 비례대표와 전략지역 후보에 대한 적격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문제가 있는 후보에 대한 재의 요구를 위해서는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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