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 중에 '1박2일'이라는 코너가 있다. 전국 명소를 1박2일 동안 여행하면서 다양한 체험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잠자리와 식사 등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복불복이라는 게임을 통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의외성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웃음을 제공한다. 야외 취침, 얼음물 입수 등의 힘든 상황에 직면할 때도 많지만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기에 출연자들은 최선을 다해 임하고 그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준다.
그런데 이 프로를 '9박10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우선 출연자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아마도 무명 연예인들만 출연하는 프로가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1박2일과 9박10일은 완전히 그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 1박2일이 아니라 우리가 평균적으로 80년을 산다고만 가정한다면 3만일가량의 길고 긴 여정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20대에는 결혼과 자산형성의 문제, 30대에는 육아와 내집마련의 문제, 40대에는 교육과 자산 증식의 문제, 50대에는 은퇴와 노후준비의 문제 등 어느 시기도 경제적인 문제들이 없는 시기가 없고, 시기마다 중요한 의사결정들을 개인 스스로 해나가야만 한다. 이런 중요한 결정들을 복불복에 의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해가고 긴 인생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에 따라, 접근하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법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경제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사회 경제적인 요인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재무설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부분 "펀드도 하나 들었고, 연금보험도 들었는데 굳이 무슨 재무설계냐?",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재무설계냐?" 등으로 대꾸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많은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먼저 저금리환경의 도래를 들 수 있다. 즉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과 증권의 자산가격이 급속히 팽창하자 원금이 보장되는 저축보다는 약간의 원금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형 상품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해 사회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령화가 현실적인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은퇴준비의 필요성이 증가했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경제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집중했던 개인들은 자산의 유동성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마지막으로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개인의 재무목표가 다양화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자녀 교육자금, 결혼자금, 주택 구입자금, 기타 이벤트자금 등 개인의 재무목표가 점차 다양하게 변해감에 따라 부동산 자산의 유형과 금융상품에 대한 선호도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재무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재무설계를 통해 정확한 처방을 받기 위해선 재무설계 전문가와 고객 간의 신뢰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마치 의사와 환자의 관계와 유사하다. 치료 전에 꼼꼼하게 진단을 하고, 그 진단의 결과에 따라 치료방법을 제안하는 사람이 재무설계전문가들이다. 두통을 호소하며 찾아온 환자에게 다짜고짜 진통제를 처방해 통증을 완화한 의사를 훌륭한 의사라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환자도 자신의 자산규모, 직업, 가족현황, 투자성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각자의 상황이나 조건에 맞는 재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재무설계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재무설계 전문가가 본인의 재무상황과 자산관리를 진단해 주는 주치의라는 신뢰를 하고 항상 곁에서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러한 원칙들이 잘 지켜졌을 때 재(災)테크가 아닌 진정 인생에 멋진 여정을 함께해 줄 동반자로서의 재(財)테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도근 삼성생명 상무(대구지역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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