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직장인 '헷갈려'씨는 젊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고개를 숙인 채 키득거리는 모습을 보면 '뭘 하는 걸까?' 궁금해진다. 표정을 보면 뭔가 신나는 모양인데, 용기를 내어 "뭐해요?"라고 물어봐도 "스마트폰으로 놀아요"라는 대답뿐이라 서운하다. 대체 무얼 하고 놀기에 그렇게 재밌단 말인가? 본인도 스마트폰 한대 장만할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지금 쓰는 전화기도 복잡한 메뉴는 안 쓰는 판에 비싼 스마트폰이 필요할까 고민도 된다. 그러던 차에 향후 수년 후엔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점령될 것이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이동통신회사는 물론 휴대폰 제조회사들이 앞으로 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대신 기존 휴대전화 시장은 축소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번 전화기를 바꾸면 몇 년을 쓰는 '착실한 스타일'인 '헷갈려'씨는 더욱 고민이 깊어졌다. 1년 내 휴대전화기를 바꾸긴 바꿔야하는데, 그럼 스마트폰으로 넘어가야 한단 말인가? 전화기 때문에 골치 아픈 '헷갈려'씨, 결국 '매일이'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Q : 다들 스마트폰, 스마트폰 하는데 대체 스마트폰이 뭐죠?
A : 휴대폰이 처음 개발됐을 땐 전화만 주고받았죠. 하지만 이제는 위치추적이라든가 라디오수신, 카메라 등등 여러 기능이 있지 않습니까? 스마트폰은 휴대폰 속으로 컴퓨터가 들어온 거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내 손안의 컴퓨터'인 셈이지요.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인터넷이 가능하니 식사준비를 하다 전화기만 꺼내면 온갖 레시피 검색이 가능하고, 운전하다 휴대폰만 봐도 길안내가 척척 되지요.
Q : 스마트폰에도 여러 종류가 있나요?
A : 출시 회사에 따라 이름이 다릅니다. 애플에서 나온 '아이폰', 삼성전자의 '옴니아 2', 모토롤라의 '모토로이'가 현재 국내에 출시돼 있죠. 특히 스마트폰은 PC의 OS(운영체제)와 같이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 모바일 플랫폼에 따라 구분합니다. 아이폰은 애플의 OS인 'X'를 기반으로 하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모바일 OS '윈도폰7', 삼성의 '바다', 블랙베리의 '림'(RIM), 그리고 최근 노키아와 인텔이 손을 맞잡고 발표한 '미고' 등 다양합니다. 자고나면 또 새 무기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탄생하지요.
Q : 왜 모두 스마트폰을 사려고 하고, 그걸로 뭘 하는 거죠?
A : 현재의 인터넷이 안 되는 전화기는 아마 단종될 겁니다. '트위터'나 '사이월드'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지 기억하시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정보에 공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전엔 최신 상영영화 중 무슨 영화가 재미있는지 기껏해야 회사동료나 친구한테나 물어봤죠. 샘플이 적으니 위험부담도 크고, 마니아 취향은 위축되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되자 모두 인터넷에 물어보기 시작했죠. 답변자들이 대규모로 증가하니 위험부담은 줄고,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됩니다. 이젠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들은 무슨 영화를 재밌게 봤는지 쉽게 압니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은 클릭 한번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요. 클릭 한번으로 블로그도 꾸미죠.
저녁준비를 하던 주부는 스마트폰을 꺼냅니다. 즐겨 찾는 카페에 들어가 이렇게 화창한 봄날 요리하는 신세를 한탄하는 짧은 글을 올립니다. 2분 만에 같은 처지의 주부들 답변이 수십개 올라옵니다. 의미 없는 짓일까요? 천만에요. "30대 여자들이 대부분 나처럼 살아가고 있구나" 위안받고 즐거워합니다.
김연아 경기 결과가 너무나 궁금한 김 대리, 상사 눈치가 보여 도저히 중계를 볼 수가 없다면?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볼 수 있지요. 만일 화장실도 또 다른 상사가 점령하고 있다면? 조용히 스포츠마니아 사이트에 접속합니다. 실시간으로 김연아 상황을 중계해주는 팬들이 100여명에 이릅니다. 이런 일을 기꺼이 해줄 사람들이 많을까 의심하는군요. '네이버 지식in'에 답변을 해주는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해 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들은 이미 스마트폰을 위한 화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간단히 바꾸고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걸맞게 글자 수 적은 단문 메시지를 빨리 올리죠.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0촌 네트워킹이 더 빨라졌다, 모바일 SNS가 확산한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과 의견, 경험 등을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쌍방향 온라인 서비스이지요. 우리나라의 사이월드나 미국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대표적입니다.
Q : 스마트폰은 비싸지 않나요?
A : 거의 100만원 가까이 합니다. 다행인 것은 정부보조금이 수십만원 나온다는 거죠. 그래도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면 여전히 20만원 이상이 필요하죠. 이동통신사에서는 1, 2년간 할부를 해주는 셈치고 보통 2년 약정을 제시합니다.
반가운 소식도 있어요. 내달엔 '공짜' 스마트폰이 출시되거든요. KT는 3월 초 안드로이드폰 'LG KH5200'에 50만원의 보조금을 붙이고, 제조사인 LG전자가 10만여원의 제조사장려금을 제공해 사실상 공짜폰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런 파격은 KT와 LG전자가 이해관계를 위해 손잡았기 때문입니다. KT는 통신업계 주도권을 장악할 생각이고, LG전자는 삼성전자에 맞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하기 때문이죠. 단점은 최신 안드로이드폰이 사용하는 2.1 버전의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다소 구식인 1.6 OS를 사용한다는 것이라네요. 어쨌든 내달 공짜폰이 출시되면 이후 다른 스마트폰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Q : 그럼 한참 기다렸다 살까요?
A : 최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0'에서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바일 플랫폼 '바다'를 설치한 스마트폰을 공개했어요. MS는 '윈도폰'을 발표했고 노키아는 '미고'란 새 OS를 선보였어요. 이렇게 정신없이 변화하니 소비자로선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양질의 스마트폰을 사겠다는 생각에 계속 기다린다면 평생 못 사겠지요. 또 이 시대를 한참이나 뒤처져 사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겁니다. 요즘 사람들을 이렇게 구분한다는군요.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으로요.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반한집회'에 뒷문 진입한 한동훈…"정치 참 어렵다"
한동훈, 조기대선 실시되면 "차기 대선은 보수가 가장 이기기 쉬운 선거될 것"
유승민 "박근혜와 오해 풀고싶어…'배신자 프레임' 동의 안 해"
"尹 만세"…유인물 뿌리고 분신한 尹 대통령 지지자, 숨져
법학자들 "내란죄 불분명…국민 납득 가능한 판결문 나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