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지적장애인 김우식씨

찔린 상처 방치하다 피부이식 수술까지

산에서 땔감을 마련하다 찔린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않아 피부이식수술까지 받은 지적장애 3급 김우식씨는 지적장애 2급을 가진 아내 신외말씨와 한 시설에서 생활했지만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급기야 피부에서 고름이 흘러내리자 응급실로 실려가야 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산에서 땔감을 마련하다 찔린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않아 피부이식수술까지 받은 지적장애 3급 김우식씨는 지적장애 2급을 가진 아내 신외말씨와 한 시설에서 생활했지만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급기야 피부에서 고름이 흘러내리자 응급실로 실려가야 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적장애 3급 장애인 김우식(59·포항시 북구 흥해읍)씨는 지난 1월 26일 포항의 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산에서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벌목을 하다 목 뒷부분이 나뭇가지에 찔려 상처가 덧났기 때문. 오랫동안 치료를 하지 않았다가 상처부위가 감염돼 고름이 쏟아졌고 패혈증 발생도 우려됐다.

김씨는 이후 대구 동산병원으로 이송돼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병원은 "치료 시기를 놓치다보니 환부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돼 피부이식을 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힘들었던 시설 생활

지적장애 2급의 신외말(49)씨와 결혼한 김씨는 20여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계모인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부부가 분가해 살았다. 김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낳은 손자·손녀는 자신이 키울테니 따로 살 것을 요구했기 때문.

김씨 부부가 교회에서 운영하는 비인가시설로 들어가게 된 것은 6년 전 쯤이다. 신씨가 집을 뛰쳐나가 헤매고 있는 것을 한 목사님이 발견하고 교회가 운영하는 시설로 보낸 것. 이후 시설에서는 김씨의 어머니가 사는 동네를 찾아갔고, 어머니는 교회에서 이들 부부를 맡아줄 것을 당부했다.

시설에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처를 치료받지 못해 수술까지 해야하는 긴박한 상황이 되자 겨우 연락이 닿아 시설을 둘러본 딸은 "어머니가 지내는 곳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해야 하는 열악한 시설로 주로 청송교소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임시로 지내는 곳"이라고 했다.

그곳에서 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확실히 알수는 없었다. 김씨와 신씨는 현재 교회와 목사님 이야기만 꺼내도 겁을 집어먹고 말문을 닫아버린다. 겨우 몇 마디 털어놓은 것이라고는 "길거리에 나가 물건을 팔았다", "전기료 많이 나온다고 혼을 내서 전기장판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추웠다"는 정도다.

◆이렇게 방치될 줄 몰랐다

현재 김씨는 한 지인이 보호자를 자청해 돕고 있다. 강모(50·여·경주시 천북면)씨는 김씨 부부와는 수십년째 알고 지낸 사이. 강씨는 "시아버님이 김씨의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상태였다"며 "그 인연으로 벌써 수십년째 이들을 챙기고 있고, 이들의 아들 딸도 사실상 내가 보호자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강씨는 17년 전 김씨와 신씨가 결혼해 신혼여행을 떠날 때 이들 부부의 여행 가이드를 해줬던 사이다. 강씨는 "당시는 남편과 결혼하기도 전이었는데 시아버님 되실 분이 '아들 부부가 지적 능력이 떨어져 단 둘이 신혼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네가 같이 가주면 좋겠다'고 해 동행을 했었다"고 했다.

이후 강씨는 이들 가정의 보이지 않는 조력자 역할을 해 왔다. 김씨의 아들은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축구특기생으로 활동하도록 해 준 것도, 딸이 구미공단의 한 공장에서 생활하도록 주선해 준것도 바로 강씨였다.

강씨는 이들이 왜 그렇게 힘든 생활을 했는지 속이 상할 뿐이다. 강씨는 "워낙 말이 없어 이들이 어떤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명절날 고향을 찾으면 제일 먼저 우리집을 찾아오지만 '괜찮다', '잘 지낸다'고만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방치될 줄 몰랐다"고 분해했다.

◆새 삶 찾게 도울게요

강씨는 "아무리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지만 그렇게 고름이 줄줄 흐를때까지 아픈 것을 방치하는 것은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다"며 "원래는 말도 곧잘하고 지금처럼 지적장애가 심하진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새 부쩍 상태가 악화된 것 같다"고 했다.

김씨가 당뇨가 있던 것도 이번 치료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당뇨병의 영향으로 피부 괴사가 심해 환부의 상처가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이들 부부는 치과 치료도 시급한 상태다. 현재 김씨의 경우 다 썩고 부서진 치아 5개 만이 아래 위로 듬성듬성하게 남아 음식물을 씹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 신씨 역시 앞니 5개가 빠지고 다 썩어 정상적으로 음식물을 씹지 못한다.

강씨는 "앞으로 이들 부부를 제가 맡아서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다. 벌써 강씨는 이들 부부의 거처로 사용하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경주에 원룸 하나를 마련해 뒀다. 강씨는 "지적장애라고는 하지만 몇 가지만 가르치면 기본적인 생활을 꾸려나갈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시설로 보내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아직 요양원에 들어가 부부가 따로 떨어져 살기에는 조금 젊은 나이라 한번 제대로 살아볼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힘든 세월을 살아온 김씨와 신씨 부부. 이들이 앞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매일신문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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