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G세대'가 던지는 교훈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는 중학교 3학년 때 양 발목에 1.5㎏짜리 모래주머니를 찬 채 5㎏의 납 조끼를 입고 링크를 50~60바퀴를 도는 강훈련을 불평 없이 했다고 한다.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은 귓불에 피어싱을 하고 다닐 정도로 자유분방하지만 훈련 일정만큼은 철저하게 지켰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는 자다가도 "스케이트 타야지"라는 부모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고 한다. 훈련에 대한 '피겨 여왕' 김연아의 열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선수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인 만큼 경기의 전 과정을 즐길 수 있었고 이런 마음이 자신감으로 연결돼 금메달 촉진제가 됐다.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큰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점잔도 빼지 않았다.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와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등 이른바 'G세대'들은 발군의 활약으로 밴쿠버 올림픽에서 한국인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갈고 닦은 실력과 거침없는 용기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세계 무대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우리의 영웅'을 아우르는 단어는 'G세대'다. 1986년부터 1991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글로벌(Global)의 약자를 따 그렇게 부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에 태어난 이들이 6'25전쟁 직후에 출생, '베이비붐 세대'라 불린 부모들의 희생 속에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경쟁력과 열린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유쾌한 반란을 일으킨 'G세대'에서 보듯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해외 언론도 한국의 'G세대'에 주목했다. '김연아의 기량과 재능에 감동한 캐나다의 관중은 국가적 자존심도 잊은 채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갈채를 보냈다'(르몽드), '동계 스포츠 아시아 맹주는 이제 일본이 아니라 한국'(일본 마이니치 신문), '한국 선수들이 보여주는 빛나는 올림픽'(로이터 통신)이라는 기사처럼 놀라움을 표시했다.

물론 'G세대'는 중상류층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다. 평균 임금 액수가 88만 원에 불과할 것이라 해서 붙은 이름 '88만 원 세대'는 'G세대'의 또 다른 자화상이기도 하다.

'G세대'는 우리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집단적 가난도, 독재도 경험하지 않고 성년이 됐다. 글로벌 마인드와 뛰어난 외국어 실력으로 무장하고, 부모 세대의 성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개인의 만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이 바로 2010년 새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과거 대표 선수들은 금메달로 가난의 설움을 날려 버리겠다는 헝그리정신과 국가를 위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애국심으로 무장했다. 덩치 큰 외국 선수들에게 주눅 들기도 했다. 금메달을 따도 한(恨)에 맺혀 울었고 금메달을 놓쳐도 통곡했다. 밴쿠버 대표팀은 달랐다. 헝그리정신은 즐기자로, 애국심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로, 주눅은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종목을 바꾸는 도전의식도 있었다. 금메달을 따면 막춤으로 기쁨을 표시했고 기대주가 메달권에 들지 못해도 웃음으로 다음을 약속했다. 좋아서 하는 운동과 충만한 자신감으로 올림픽을 즐기는 멘탈 유전자에 도전 정신이 합쳐져 금메달 잔치를 펼친 것이다.

그렇다면 'G세대'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물(物)적 토대와 질(質)적 토대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온갖 간난을 무릅쓰고 자식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은 물적 토대다. 이 같은 물적 토대 위에 '우리는, 한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또 해왔다'는 자신감, '긴장'중압감을 즐기면서 결과는 쿨하게' 받아들이는 심성, '최선에 박수 치는 사회 분위기'는 질적 토대였다.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해외 언론의 조명에서 보듯 우리의 내재적 역량과 잠재력은 독보적인, 또 세계적인 것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기업에서도 우리 선수들, 나아가 'G세대의 메시지'를 경영에 접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제 기성세대가 'G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답할 차례다. 일자리 창출, 세종시, 남북 문제 해법 'G세대'에게서 찾아보자.

이춘수 사회1부 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