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아파트, 지진나도 괜찮을까"

해외 강진에 불안감…내진설계 대구 3층이상 건물 12%선 불과

"우리 아파트는 지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나요?"

아이티, 칠레 등 최근 세계 곳곳에서 대지진이 잇따르면서 국내에서도 자신이 사는 집의 내진 설계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아파트 내진 설계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 아파트 괜찮을까=포항시청 건축과 및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내진설계에 대한 주민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진설계에 대한 문의가 한 건도 없었으나 아이티와 칠레에서 지진이 일어난 이후부터 문의 전화가 하루 평균 10여통에 이른다는 것이다.

아파트 주민 K씨(40)는 "신문 등을 통해 아이티와 칠레에서 일어난 대지진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얼마나 안전한 지 궁금해 시청에 내진설계 여부를 문의했다"며 "다행히 2006년 이후 건축이 된 우리 아파트는 내진설계가 돼 비교적 안전하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연이은 참사가 증명하듯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대구시내 아파트 등 건축물 중 내진설계를 반영한 곳은 겨우 10%대에 그쳐 대규모 지진에 속수무책이다. 그나마 국내 내진설계 기준은 1980년대 첫 고시 이후 전혀 변화가 없어 아이티, 칠레 수준의 강진엔 전혀 버텨낼 수 없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 3층이상 건축물 6만1천662동 가운데 내진 설계를 반영한 곳은 7천646동(12.4%)에 불과하다. 10동 중 9동 정도가 소규모 지진에도 인명 피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셈이다.

설령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했다 하더라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국내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해 건축한 아파트들은 콘크리트를 타설해 기둥과 벽체를 만들기 전에 철근 구조물을 형성한 뒤 지진에 견뎌내기 위한 기둥 및 벽체 두께를 알맞게 시공한다. 그러나 국내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할 경우 소규모·중규모 지진에 겨우 견딜 뿐 대규모 지진 땐 구조체 손상이 불가피하다.

대구경북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는 1988년 고시한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기준은 3층 이상 또는 전체면적 1천㎡ 이상 건물에 의무화됐고, 중력하중의 22%에 해당하는 지진가속도를 적용하고 있다. 1988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웬만한 지진에는 견딜 수 있으며 30층 이상 초고층아파트는 지진뿐 아니라 내풍(바람에 견디는 것)설계도 적용,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있다.

◆내진 설계 강화하고는 싶지만…

그러나 국내에서 적용하는 중력하중 22%는 리히터 규모로 5.5 정도에 불과하다. 아이티(7.0)나 칠레(8.8) 지진이 일어날 경우엔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강도가 높아지고 지진 발생지역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또한 내진설계 기준 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내진설계기준 강화를 당장 적용하는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 구조기술 담당들은 "지진 규모 8.0 수준으로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할 경우 현재 평균 20㎝인 아파트 벽 두께를 50∼60㎝로 3배가량 늘려야 한다"며 "공사비 급증과 분양가 상승은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진설계를 강화한 아파트를 지을 수 있으나 분양가가 너무 높아져 실제 분양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지난달 19일 범정부 차원의 지진방재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진 강도에 따라 인명 및 물적 피해를 예측하고, 피해가 큰 지역 순으로 119구조대의 장비와 인력 배치, 병원별 병상수 등을 점검해 사상자의 이송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학교시설의 경우 18만3000여동 가운데 2400여동만 내진설계가 돼 있으며, 병원은 2100여동 중 1900여동이 지진에 견디게 설계돼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 등 내진설계 기준이 취약한 민간 시설물 경우 일방적 기준 강화를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정부는 내진설계를 강화한 민간시설물에 지방세를 감면하거나 보험료를 낮추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