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음식점 열풍!] 양보다 질 미각보다 시각

직장인 손지현(28·여)씨는 요즘 사케(일본 청주) 맛에 푹 빠져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일본음식점을 찾아 사케를 마신다. 그녀가 사케를 자주 찾는 이유는 자극적인 맛이 적어 목 넘김이 좋은 데다 잔술로 마실 수 있어 주량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초밥을 비롯해 돈가스, 우동의 인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일. 하지만 최근에는 사케, 라면 등 보다 다양한 일본음식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일본식 화장법과 빈티지까지 유행한다. 일본 열풍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한강 이남에서 일본 문화가 가장 번성한 곳은 부산이다. 쾌속선으로 두 시간 정도면 와닿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많은 일본인들이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음식점들도 성황을 이뤘다. 부산에 진원지를 둔 일본 열풍이 대구까지 불어닥치면서 일본식 간판을 내세운 음식점들도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현황

대구에 일본음식점들이 얼마나 있는지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는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일본음식점으로 등록된 회원업소는 809개. 하지만 일본음식점 분류에 일반 횟집이 포함돼 있고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업소도 있어 대구에 있는 일본음식점을 확실히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다만 일본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경향을 반영하듯 일본음식점들이 한곳에 모여 영업을 하는 장소가 여러 곳 있다. 대구 중구 속칭 야시골목 인근에는 일본식 선술집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으며 수성구 두산동에도 일본 음식점 거리가 형성돼 있다.

◆왜 인기일까

일본음식은 가격이 싼 편이 아니다. 초밥 정식의 경우 웬만하면 1만원을 넘는다. 사케도 한 잔에 보통 5천~1만원 정도 한다. 친구와 둘이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면서 사케 한두 잔을 곁들일 경우 몇만원을 훌쩍 넘기는 것은 예사다. 하지만 야시골목 인근 일본식 선술집의 경우 저녁이면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음식의 인기 원인은 여러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식생활 습관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포만감이 가득 느껴질 정도로 배불리 먹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었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양보다 질을 따지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일본 음식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가족문화 확산도 한 요인이다. 가볍게 한 잔 하기 좋은 일본음식점은 가족이 함께하기에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요리의 특징도 한몫을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일본요리는 미각에 앞서 시각을 자극해 입맛을 돋운다. 그래서 일본 요리는 '보면서 즐기는 요리'라고 말한다. 맛뿐 아니라 색깔과 모양도 화려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일본음식이 정갈하고 자극적이지 않다는 인식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순한 맛에 익숙해진 어린이들과 젊은층들이 일본음식을 많이 찾는 이유다.

또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일본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귀국해서 일본 문화를 다시 찾는 경험적 학습과 웰빙 열풍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식 생라면의 경우 기름에 튀기지 않고 즉석에서 뽑아낸 생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칼로리가 낮다. 국물도 채소, 해산물, 돼지뼈 등을 사용해 우려내는 까닭에 칼슘과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장수덕 호텔제이스 조리부장은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를 받아 들이는 능력이 뛰어나고 트렌드 변화에도 민감하다. 그들이 사케를 많이 찾으면서 궁합이 잘 맞는 일본음식에 대한 선호도 높아졌다. 술자리까지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와 소식(小食)습관이 보편화된 것도 일본 음식을 많이 찾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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