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술 받은 아내하고 둘이서 일요일 아침을 먹는다 모름지기 밥 먹는 일의 범상하지 않음이여, 지금 우리는 한차례 제사를 드리고 있다 생기 잃은 몸에 정성껏 공양을 드린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온 맘을 다해 청포 갖춰 입은 방아깨비처럼 절을 올린다 서로의 몸에 절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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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일의 범상하지 않음"을 인식하기란 이 또한 예사롭지 않은 일. 그냥 나이를 먹는다거나 늙어간다고 해서 이 '범상하지 않은' 인식은 쉽사리 제 것이 되지 않는다. 그런 단순한 깨달음조차 모름지기 "큰 수술" 받는 것처럼 '아파 봐야' 비로소 온전히 제 것이 되는 법. 고통은 그래서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증폭시켜 준다. 병으로 인한 상실과 고통은 이토록 '절실하게' 범사(凡事)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밥 먹는 일이란 그리하여, 한차례 제사를 드리거나 정성껏 공양을 드리는 일이 된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온 맘을 다해" 서로의 몸에, '살아있음'의 새삼스런 경이(驚異)에 절을 올리게 되는 거다. "청포 갖춰 입은 방아깨비처럼" 서로에게 절을 올리듯 말없이 숟가락질을 하고 있는 이슥한 연배, 아이들 외지로 떠나보내고 둘만 남은 부부의 일요일 아침식사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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