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통가에 대형 지각변동이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 대형 백화점과 대규모자본을 등에 업은 아울렛, 쇼핑몰 등이 가세하면서 지역 유통가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인 지역 유통시장에 거대 자본들이 줄줄이 뛰어들면서 과다경쟁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며 "이로 인해 지역 기업들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구는 백화점 천국?
현대백화점이 내년 8월 개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대구 진출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대구에는 국내 빅3 유통업체들이 모두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향토기업인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 대구백화점은 대백프라자의 위치가 현재 대구에 들어서 있는 백화점들 중 수성구와 가장 가까워 고객 유출 가능성이 높은데다, 어제의 사업 파트너(신세계백화점)가 내일의 적으로 돌변할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또 동아백화점 역시 짭짤한 수익을 가져다줬던 수성점의 지위가 휘청거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가 '백화점 천국이냐'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현재 대구에 들어선 백화점은 모두 8개(현대백화점 포함). 신세계까지 가세하면 9개로 늘어난다.
대구는 서울을 제외한 6개 광역시 중 백화점이 가장 많은 도시로 손꼽힌다. 350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 부산의 경우 2008년까지 4개의 백화점뿐이다가 롯데·신세계가 각각 1곳씩을 더 개점하면서 2009년 6개로 늘었다. 그 외 인천·광주·대전·울산은 3~4곳이다.
하지만 유수의 유통 대기업들이 대구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것은 아직도 소비 여력이 있는 도시라는 계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전국 29개 점포 중 매출이 상위 6, 7위를 차지한다. 1~5위가 대부분 서울 매장인 것을 감안하면 지방 매장 중에서는 부산 다음으로 손꼽히는 효자 매장이다. 그만큼 소비 파워가 큰 도시라는 의미다.
◆아울렛, 지하매장도 포화상태
대구의 쇼핑시설은 이미 과잉 상황이다. 현재 7개인 아울렛 매장은 내년에 모두 9개로 늘어난다. 롯데백화점이 "대구 동구 율하동에 건설중인 '롯데 쇼핑플라자'(가칭)를 아울렛 형태로 개점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히면서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내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등 내년에만 2개의 아울렛이 추가되는 셈인 것.
현재 영업 중인 7개 지역 아울렛 매장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에서 유통 공룡인 롯데의 아울렛 진출은 지역 유통업계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 아울렛업체 관계자는 "롯데가 백화점에 이어 대형소매점과 아울렛까지 진출하는 것은 유통 전반에 걸쳐 대구를 싹쓸이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대구의 지하 상권도 포화상태다. 현재 대구의 지하상가는 모두 7곳. 이 중 매장이 꽉 들어찬 곳은 중구 동성로 대현프리몰뿐이다. 북성로 대구역지하상가와 대신동 대신지하상가 등은 문을 연 지 20년 이상 되면서 시류에 발맞추지 못해 고전하고 있고, 중구 메트로센터는 분양이 시작된 지 벌써 5년째 접어들었지만 전체 점포 403개 가운데 330개만 분양돼 빈 점포가 40개에 이른다. 달서구 두류1번가 역시 285개 점포 중 분양된 곳이 60%에 그치고 100개가 넘는 점포가 텅 비어 있는 상태.
수성구 범어네거리 지하상가 분양 전망도 불투명하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72개 점포에 대한 운영권을 대기업 등에 전체 위탁한 뒤 개별 분양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지만 아직 매장에 대한 운영권을 위탁받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다"고 털어놨다.
◆껍데기뿐인 소비도시
지역 기업인들은 대구가 '소비도시'로 굳어지면서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만 심화돼 결국 지역경제가 무너져 내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변변한 기업 유치가 없는 상태에서 쇼핑시설만 줄줄이 들어서면서 소비지출만 부추긴다는 것. 한 지역기업 사장은 "소비시설이 과잉되면 결국 대구의 중산층이 무너져 내려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대구 진출을 막을 변변한 구실도 없는 상황이다. 과거 광주시는 신세계백화점의 광주 진출 시 별도법인인 '광주 신세계'를 세우는 방법으로 세금을 지역에 내게하는 등 지역 자금 역외 유출 차단책을 썼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태. 현재 법상 별도 법인 신설은 기업 내부거래 규제 등에 묶여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역 자금 역외 유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대구은행 500억원의 자금예치와, 지역인력 우선 채용 협약 체결, 부산에 있는 영남지역 구매본부의 대구 이전, 저소득층 생활비지원 사업과 소방관 자녀들 장학금 지원 등의 각종 기업 이익 환원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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