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 이야기] 0.8초 체공시간에 3.5 공중 걸음 내딛어

멀리뛰기의 히치 킥

기원전 776년 시작된 고대 올림픽에서 육상경기는 달리기 종목으로 출발했으며 제18회 때부터 도약, 투원반, 투창 등이 추가됐다. 당시 도약 종목에는 멀리뛰기, 높이뛰기, 뛰어내리기 경기가 있었다.

멀리뛰기는 약 12m의 거리를 도움닫기 해 발 구름판에서 두 팔을 뒤로 당기고 도약과 동시에 두 팔을 앞으로 흔들고, 착지할 때에는 균형을 잡기 위해 다시 두 팔을 뒤로 가져가는 동작을 이용했다. 도약거리는 처음에는 붉은 끈으로 표시했으며 그 후 모래판 바깥쪽에 주로와 나란하게 레일을 만들어 측정기에 가는 줄을 쳐서 이 줄과 발자국을 맞추어 계측했다. 1864년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의 제1회 학교대항전의 5m48cm가 멀리뛰기의 첫 공식기록이다. 올림픽에서는 제1회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시행됐다. 당시 우승기록은 6m35cm였다.

멀리뛰기의 주된 기술은 도약 후 몸이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양팔을 위로 들어올려 가슴을 활짝 펴고 활처럼 뒤로 휘게 하는 젖혀 뛰기였다. 도약 후 구미호처럼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고 착지하는 곡예방법도 시도되었으나 1974년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금지했다.

멀리뛰기는 도움닫기, 발 구르기, 공중동작, 착지 등 4단계 동작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공중동작에서 히치 킥(hitch kick)으로 불리는 새로운 기술의 발상이 기록 향상의 계기가 됐다. 도약 후 허공에 놓인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다리를 휘저으면서 힘차게 공기를 박차고 날아올랐다가 착지하는 기술이다. 빠른 속도의 도움닫기 후 발 구름판을 강하게 딛는 순간 다리는 일시적으로 정지하게 되고 관성을 가진 상체는 회전동작에 의해 앞으로 기울어진다. 이때 히치 킥은 관성에 의해 상체가 앞으로 회전되는 동작을 방지하면서 발 구름 순간의 속도를 착지할 때까지 유지시켜 주는데 효과적이다. 약 0.8초의 짧은 체공시간에 3.5걸음을 공중에서 내딛는 것으로 수행된다. 현재까지 공중에서 4걸음까지 내딛는 선수는 없었다.

1984년 LA올림픽 육상 4관왕 미국의 칼 루이스는 히치 킥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칼 루이스는 히치 킥으로 올림픽 멀리뛰기에서 4연패(LA-서울-바르셀로나-애틀랜타)의 금자탑을 세웠다. 히치 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단거리 선수에 버금가는 초속 10m 이상의 도움닫기와 일정 수준 이상의 비행거리 유지가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칼 루이스나 제시 오웬스처럼 100m에 우승한 선수들이 멀리뛰기에서도 우승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멀리뛰기의 최고기록은 스피드와 탄성파워, 20~30도 전후의 도약각도를 절묘하게 유지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현재 세계기록은 남자는 1991년 미국 마이크 포웰의 8m95cm, 여자는 1988년 구 소련 갈리나 키스티야코바의 7m52cm로 비교적 오래된 기록이다. 남녀 한국기록은 김덕현(8m20cm)과 정순옥(6m76cm)이 갖고 있다.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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