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4세 노인회장님, 초교 입학하다…봉화군 윤기원翁

70대 중반의 나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윤기원씨가 손자뻘 되는 신입생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70대 중반의 나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윤기원씨가 손자뻘 되는 신입생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74세 노인, 손자뻘 꼬마들과 동기생 되다

"못 배운 한(恨)을 풀기 위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인생 여정의 막바지이지만 보람 있게 살고 싶습니다."

2일 경북 봉화군 재산면 재산초등학교 입학식장. 개구쟁이 코흘리개 신입생들과 함께 한 노인이 입학식에 참석했다. 학부모가 아니라 손자뻘 되는 어린이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주인공은 재산면 노인회장인 윤기원(74·봉화 재산면 현동리)씨. 노인회 회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입학식장에 선 윤씨는 "해방 이전인 7살 때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이듬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하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했다"며 "그후 아버지를 도와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왔다"고 했다. "배우지 못했다는 가슴 속 응어리를 풀기 위해 막내 손자뻘 되는 어린이들과 함께 공부하기로 결심했다"는 윤씨는 "선생님 말도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해서 하루라도 빨리 졸업(월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입학식장은 가슴에 명찰을 단 신입생들과 윤씨의 초교 입학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온 노인회원, 가족들이 한데 어우러져 화기애애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윤씨의 입가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슬하에 4남 2녀를 둔 윤씨는 재산면 노인회장, 재산농협 이사를 맡고 있으며 50여년 간 마을 반장을 맡아 오면서 이웃을 위한 봉사자로 활동해 상장과 상패가 70여개에 이른다. 셋째 아들인 윤주탁(41)씨는 창원지법 판사로 재직 중이다.

윤씨의 담임을 맡은 김점순 교사는 "재산면 노인회장인 어르신이 우리 학교에 입학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다소 어색한 느낌도 들었지만 이제는 아버님 같이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어르신을 학급반장으로 선출해 어린이들을 함께 이끌어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산초등학교 송동익(61) 교장은 "윤씨가 입학을 한다고 해 무척 고민을 했으나 만학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그 용기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큰 응원을 보낸다"고 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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