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얼굴 없는 기부'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남을 돕는 일은 분명 고귀한 일이지만 이제까지는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더러 과시성 기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근래 들어 상대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기부자의 존재를 가급적 드러내지 않는 실질적 나눔의 손길이 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기부를 하더라도 받는 사람이 심리적 부담을 갖지 않도록 살피고 배려하는 이러한 기부문화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일반인의 90%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기부에 참여하고 있는데 매달 급여에서 소액 공제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전체 모금액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77.3%에 달한다고 한다. 영국도 국민 75%가 매달 2만 원 이내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는 통계다. 서로 부담을 갖지 않고 돕고 도움받는 한 단계 더 높은 기부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50만 명에다 차상위 계층까지 모두 500만 명이 빈곤층이다.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을 위해 정부가 복지 예산을 늘리고 적극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선진국처럼 개인과 기업이 소액이라도 꾸준하게 기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이를 전 사회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 공동체인지는 남을 배려하고 돕는 손길이 얼마나 많은가에 달려 있다. 봉사와 기부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인 것이다. 우리 사회도 자원봉사나 조건 없이 돕는 기부문화가 확산돼 생활화된다면 분명 선진사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 빈부 격차가 크게 사회문제가 되는 않는 것도 이런 기부문화가 일상화되고 국민 모두가 기부에 참여하기 때문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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