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아바타'와 아이폰에서 얻는 교훈

요즘 저자의 화제는 단연 영화 '아바타'와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이다. '아바타'는 지난달 27일 총 관객 수에서 역대 국내 개봉 영화 흥행 1위인 '괴물'의 1천301만 명을 제쳤다. '아바타'는 한국에서만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게 아니다. 북미와 전 세계에서 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다.

3D 영상을 앞세운 '아바타'의 맹위에 화들짝 놀란 할리우드와 충무로는 '포스트 아바타'를 노리고 잇따라 3D 영화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영화계만이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국내외 전자업체들도 3D 시장 선점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디스플레이 서치는 올해 8억 달러 규모인 3D TV 시장은 2018년 169억 달러 규모로 21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의 아이폰도 '아바타'를 능가하는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아이폰 등 스마트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스마트폰은 10% 이상 성장했다.

아이폰은 지난해 11월 28일 공식 론칭 행사를 가졌고 '아바타'는 지난해 12월 17일 국내서 개봉했다. 불과 두세 달 사이 '아바타'와 아이폰이 우리 사회의 메가트렌드가 됐고, 그 후폭풍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3D TV는 2025년은 돼야 모든 가정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영화 '아바타' 이후 3D TV의 시대는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휴대전화의 역사도 아이폰 출시를 기준으로 아이폰 이전과 이후로 나눠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아바타'가 선보인 3D 영상과 아이폰의 스마트폰 기술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아바타'는 이미 개발된 3D 영상 기술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다. 아이폰 역시 세계 최고의 혁신 제품으로 꼽히나 아이폰을 만든 애플은 휴대폰을 직접 생산하지도 않는다. 기존 휴대폰 기술에다 온라인 콘텐츠 거래 사이트를 연동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3D 산업의 핵심인 콘텐츠 산업의 국내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1조 7천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고작 2.4%에 불과하다고 한다.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 2위와 3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늑장 대응을 반성했다. 하지만 IT 강국을 자부했던 한국이 '아바타'와 아이폰 앞에 속절없이 무너진 다음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혁신 소홀과 공급자 중심의 인식, 소통을 거부한 폐쇄성 때문이라고 IT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80번째로 아이폰을 도입할 정도로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진입 장벽을 쌓았다. 이 때문에 유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1위지만 무선과 IT 서비스 분야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름없다는 혹평이 나올 정도다.

다시 영화 '아바타'로 돌아가 보자. '아바타'에 등장하는 판도라 행성에는 1조 그루의 나무가 뿌리를 통해 촘촘히 연결돼 있다. 나무끼리만 아니라 주변의 식물, 동물과도 연결돼 소통한다. '아바타'의 나무 네트워크가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는 우리 미래 네트워크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그 네트워크는 소통을 중시하는 수평적 사고를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수직적 사고에 매몰돼 있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표 IT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 중심의 수직 계열화에만 치중했다.

비단 IT 분야 기업만 수직적 사고에 매몰된 게 아니다. 우리 기업과 사회 곳곳에는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수직 구조에 숨죽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사회에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나올 수 없다. '아바타'와 아이폰은 수평적 사고방식이 시대정신이라는 점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조영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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