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옛날에 공부했던 이들은 단박에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을 떠올릴 것이다. 최순우 선생의 명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안동 봉정사 극락전이 정답이다.
정확한 건축 시기를 알 수 없는 것은 극락전이나 무량수전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무량수전을 중수했다는 때가 1370년대임에 반해 극락전을 중수했다는 연도는 1363년으로 밝혀진데다 건축 수법에서도 극락전 쪽이 오래된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돼 최고위(最古位)에 등극한 것이다.
부석사와 봉정사의 인연은 이것만이 아니다. 의상 대사가 창건한 부석사가 한국 화엄종의 본산이었다면, 의상 또는 그 제자인 능인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봉정사는 화엄종 포교의 전진기지라는 특징을 갖는다고 이효걸 안동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장은 설명한다. 또 대중이 알기 힘든 화엄종을 이해하기 쉽도록 염불 수행의 정토신앙으로 설명한 게 부석사라면, 중창 당시인 고려 말 크게 유행했던 '옴마니반메훔' 육자진언을 화엄종의 새로운 신앙 형태로 제시한 건 봉정사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동 지역 식자들은 부석사와 봉정사에서 볼 만한 게 각각 국보인 무량수전이나 극락전만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특히 봉정사를 찾는다면 지난달 보물로 새로 지정된 대웅전 후불탱화나 영산회 괘불도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후불탱화의 경우 대웅전에 걸려 있지만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제작 배경은 더욱 특이하다. 석가모니불을 모신 후불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조선 후기 성리학이 강조되면서 부처님 훼손이 심해져 이를 가리기 위함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대웅전 내부 천장에 장식돼 있는 산스크리트어 육자진언 단청과 외부 벽채의 그림단청 역시 충만한 신앙과 높은 예술성을 고루 갖춘 명작이다. 특히 훼손되기는 했지만 후불벽화는 고려 불화의 최고봉이자 종합 완성판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보급이다. 부석사 조사당 벽화와 함께 가장 오래된 벽화로 보고 있으며, 회화사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대단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후불벽화는 원래 있던 대웅전에서 경내 수장고로 옮겨져 일반인은 볼 수 없다는 점이, 대웅전 외부 포벽화는 수리과정에서 재단청돼 역시 다시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 영산회 괘불도는 평상시에는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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