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나는 첫째를 일본에서 출산했다. 출산 후 3일만에 집으로 돌아오니 우리나라의 동사무소와 같은 곳에서 나온 한 직원이 너무나도 멋진 봉투에 축하금 8만엔(그 당시 가치로 60만원 정도)을 들고 온 것이 아닌가? 그 당시 한국은 가족계획에 의한 자녀 줄이기를 권장하였고,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와 같은 구호에 익숙했던 가난한 유학생 부부 입장에선 '일본은 잘살기 때문에 아기를 낳으면 축하금까지 주고, 우리나라는 못살아서 아기도 많이 낳지 못하게 하는구나' 정도로 이해하며 공짜돈에 행복해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도 출산장려정책으로 아기 낳으면 축하금을 준다는 뉴스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동시에 일본이 30년 전에 잘살아서 축하금을 준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출산율 저하 때문에 펼친 출산장려정책이며, 우리는 더부살이로 수혜를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15명으로 집계됐다. 2005년 1.08명까지 떨어졌다가 2007년 '황금 돼지해'의 영향 등으로 1.25명까지 높아졌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은 30년 전부터 출산장려정책을 쓴 탓인지 몰라도 2005년 사상 최저인 1.26명을 기록한 이후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다. 1960년대 우리나라 1인당 출산율이 6명 정도이고, 일본의 경우 1인당 2명의 아이를 출산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급속한 출산율 저하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체감할 수 있다.
우리 부모님은 살기가 힘들어도 자녀를 많이 낳고 특히 아들을 재산으로 여기셨다.(살아 계시다면 90세이실 우리 아버지는 2남5녀를 두셨다) 나는 "둘만 낳아 잘 키우자"라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별 생각 없이 아들만 둘을 낳았다. 우리 아들 세대는 과중한 교육비 때문에 하나만 낳아 최상'최선으로 키우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 같다.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아기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출산을 장려하는 다양한 구호와 광고를 통해 출산을 기피하는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의 해이기도 하다. 2007년 황금 돼지해 못지않게 좋은 해라고 하는데 이를 활용해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희경 053)620-3731. lhk@med.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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