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시는 분들 모두가 고운 님이죠. 그래서 매일 문을 열 때마다 고운 님을 모실 때처럼 가슴이 벅차고 두근거립니다."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에 위치한 복숭아밭 속의 전통찻집 '고운 님 오시는 길'(053-851-7825)은 말로 들으면 '어떤 집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되고, 직접 들러 차를 마시고 나면 오래오래 기억될 장소다.
와촌면 소재지에서 대구 동구 팔공산 쪽으로 나 있는 신작로를 따라 가다가 갓바위 방향 표시가 나오면 500m가량 들어가 오른쪽 복숭아밭 입구에서 '고운 님 오시는 길'이라는 나무표시판을 발견할 수 있다. 차를 세우고 방부목 징검다리를 10m 정도 걸어서 들어가면 정사각형 1층 집이 나온다. 양반집을 연상케 하는 두껍고 커다란 나무문을 열어 젖히고 들어서면 주방과 카운터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테이블, 왼쪽으론 앉아서 편안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방 4개가 갖춰져 있다.
홀이든 방이든 어디에 앉아도 이제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와 붉은 입술을 금방이라도 내밀 듯한 연분홍 복숭아꽃 망울을 바라보며 일상사로 생긴 마음속의 번잡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3면이 대형 유리창으로 돼 있어 봄비가 오면 오는대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면 또 그런대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비가 올 때 따듯한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창밖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자연에 도취할 수 있어서 그런지 비오는 날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온다.
이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고, 일상에서 짊어지고 가야 할 마음의 짐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주인이 정성스레 마련해주는 차가 있기 때문이다. 국화'자스민'허브'메밀'보이'녹차 등 각종 차들이 준비돼 있다. 차를 잘 모르면 여주인 곽수연(50)씨가 추천해 주는 대로 마셔도 충분히 '무릉도원'에 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는 종일 대구, 경산 등지에서 찾아드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야트막한 뒷산과 어우러져 복숭아밭에 묻혀 있는 데다 곽씨가 직접 만들어 내놓는 다식 때문"이라고 자주 찾는 목사님이 전해 줬다. 곽씨는 신분과 직업에 상관 없이 누구나 똑같이 대하며, 정성스레 준비한 떡과 과일 등을 내놓는다. 7년 세월 만큼이나 단골손님 층도 두텁다. 단골들은 "운이 좋으면 곽씨의 딸이 직접 하는 가야금 연주도 들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차도 차지만 다완과 찻잔 등 다구들도 실속가로 구입할 수 있는 이곳에 들어가는 순간 꼭 수십년 전 '내 집'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실내'외에서는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문틀과 문살, 마차와 재봉틀 등 근대의 생활용품에다 야생화 꽃꽂이를 하는 곽씨의 손길이 닿은 아름다운 정원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경산'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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