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원생활 즐기며 그림 마음껏 그릴 수 있지요"

"새싹이 움트는 정원에서 새봄을 감상하며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어서 좋아요."

은행 지점장을 지낸 뒤 영천시 화남면 선천리 산자락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즐기는 박찬식(61)씨는 요즘 느긋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05년 입주 후 6천여㎡의 땅에 심은 각종 나무들이 쑥쑥 자라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앞뜰의 매화와 생강나무는 벌써 꽃소식을 전하고 있다. 산수유, 벚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야생화 등 식물 종류도 200가지가 넘는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나무들과 대화하며 정원을 가꾼다. 정원 가장자리에 사과나무도 200여 그루 심었다.

40여년 간 취미로 그림을 그려온 박씨는 만년에 연꽃 그리기에 몰두한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를 좋아해 정원 가운데에 연못을 만들어 '연지원'이라 이름 붙였다. 연과 창포를 심고 주위의 억새, 사과나무, 뽕나무, 살구나무 등을 그대로 둬 자연미를 더했다.

산기슭엔 화실을 따로 마련해 '기림산방'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기림'은 그림의 사투리이자 기가 모인다는 뜻. 화실 뒤에도 작은 연못이 있어 그림을 그리다 문을 열고 바라보며 쉴 수 있다. 주말이나 일요일엔 스케치 여행을 자주 떠난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그림 그리기는 언제나 즐겁다.

언덕 위에 있는 박씨의 집도 그림 같다. 연못과 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와 전망이 시원하다. 맑은 날이면 멀리 보현산까지 보인다. 넓은 거실의 벽마다 손수 그린 그림들을 걸어놓아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하다. 다락방엔 그동안 그린 꽃, 풍경, 인물 등 서양화 500여점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경산 진량공단 2단지에 편입된 고향집도 화폭에 담아 뒀다.

서울과 미국에 있는 자녀와 떨어져 자연에서 부인과 함께 '제2의 인생'을 가꾸고 있는 박씨는 요즘 처남과 함께 경산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와 월급쟁이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전원과 자영업을 선택했다. 박씨는 꽃, 신록, 단풍 등 계절별 색상 조화를 생각하며 풍경화 같은 정원을 가꾼다.

박씨는 "나무들이 자라 그림 같은 숲을 이룰 5년쯤 뒤면 집에 아름다운 풍경화들로 가득할 것 같다"며 웃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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