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 이야기] 제4의 전성기 맞은 '부활'

예능 출연해도 우리 본질은 '음악'

록그룹 '부활'이 부활했다. 이들의 표현대로 부활은 '제4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부활은 198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실력파 록밴드이자 이승철, 박완규 등 걸출한 보컬들을 배출한 한국 록음악계의 전설과 같은 밴드다. 부활은 샤우팅 창법과 찢기는 기타 사운드가 록 음악의 주류라고 생각되던 시절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서정성 있는 록 음악을 대중에게 알렸고, 세월을 뛰어 넘어 '사랑할수록'과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로 생명력 있는 록 음악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많은 록밴드들이 명멸해 온 지난 26년간 '부활'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부활은 그대로였지만 부활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졌다. 최고의 음악성을 인정받아온 록밴드 부활은 데뷔 후 2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팀의 리더이자 최고의 기타리스트인 김태원(45)의 예능 늦둥이 활동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부활'의 음악을 알리는 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죠. 그렇다고 음악을 등한시한 것은 아닙니다. 26년간 음악이 삶이었고, 삶이 음악이었죠. 그 속에 예능이 있었던 것이고요. 예능이 저를 버리지 않으면 계속할 생각입니다. 평소 친구가 많지 않았는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많이 사귀게 됐습니다."(김태원)

'티삼스' 출신 드러머 채제민(41) 역시 김태원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본다.

"각 나라의 음악계 현실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음악을 더 쉽게 알릴 수 있는 통로가 생겨요. 예능에 출연하지 않으면 활동을 안 하는 줄 안다니까요."(채제민)

예능을 통해 '부활'의 이름과 '부활'의 음악을 신세대들에게까지 알린 이들은 꽃미남 멤버이자 실력파 보컬인 정동하(30)도 예능 프로그램에 진출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정동하는 김태원이 출연하고 있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녹화에 참여해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정동하는 OBS와 아리랑TV가 함께 제작하는 음악 프로그램 '라이브H'의 '히든 에이스' 코너 MC로 발탁돼 한 달에 한 번씩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할 예정이다.

"태원이 형이랑 '결합 상품'처럼 방송에 나가려고 합니다.(웃음) 얼굴도 좀 알리고요."(정동하)

2005년 팀에 들어온 정동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로도 손색 없는 외모를 가졌는데도 까마득한 선배들과 함께 록 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적인 고집을 지켜나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지만 본질은 항상 음악이라는데 그는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예능 덕택도 있겠지만 지난해 발매한 12집 파트1은 꽤 좋은 성적을 거뒀다. 타이틀곡 '생각이 나'도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부활의 음악을 26년간 들어온 팬들에게는 조금 식상해보일 수도 있는 멜로디의 노래였다. 하지만 '제4의 전성기'를 맞은 부활을 최근에 새롭게 만난 팬들에게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밴드 '신조음계'를 거쳐 10여년 전 '부활'에 합류한 베이시스트 서재혁(35)은 이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하는 것을 반대했다. 리더 김태원은 음악을 관조하는 자세로 이 노래가 타이틀곡이 된 배경을 밝혔다.

"나는 이제 음악에 매몰된 사고에서 벗어난 상태죠. 음악 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음악이 있더라고요. '렛잇비'(Let It be)나 '예스터데이'(Yesterday) 같이 전 세계 모두에게 사랑을 받은 노래들은 쉬운 멜로디를 가지기도 했고요. 부활의 노래는 확 타오르는 불꽃이 아닙니다. 숯처럼 오래 타죠."(김태원)

부활은 3월 11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총 8회에 걸쳐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브이홀에서 소극장 공연 '원더풀 데이즈'를 연다. 12집 파트2 발매를 기념하는 콘서트다. 수천 명 관객도 불러모을 수 있는 부활이지만 이번엔 소극장 무대를 택했다. 화이트데이를 끼고 하는 공연인 만큼 여러 가지 이벤트도 마련된다.

"정동하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아요. 우리도 팬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기 위해 소극장 공연을 택했습니다."(김태원)

2주에 이르는 공연이라 체력 소모도 많다. 꼭 이번 콘서트 때문은 아니지만 '국민할매' 김태원은 현재 5개월째 술을 끊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예능인 김태원이 아닌 전설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첫 3, 4일이 힘들 것 같은데 하다 보면 할 만합니다. 김태원의 연주곡을 많이 들려줄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서재혁)

부활 멤버들은 이 콘서트를 통해 12집 파트2 수록곡도 들려준다.

"사실 '부활'의 노래 중 부드러운 노래들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우리 앨범에는 실험적인 노래들이 많았죠. 지금까지 '착한' 부활의 노래를 들으셨다면 다음 앨범에서는 부활의 초창기 느낌이 나는 짙은 색깔의 음악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김태원)

새 음반과 공연 등 부활의 근황을 알린 멤버들은 끝으로 개인적인 근황을 전했다. 물리학과 출신이라 음악을 학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다는 서재혁은 경희대학교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퍼포밍아트학과를 졸업해 석사 학위를 땄다. 김태원은 현재 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고, 나머지 멤버들은 경복대학에서 강단에 서고 있다.

김태원은 "재혁이가 석사 학위를 받고 우리가 다 강단에 선다고 하니 '부활'이 매우 있어 보인다"고 너스레를 떤다. 김태원의 농담은 마냥 가볍고 즐겁지만 부활의 26년 음악은 무게를 가늠할 수가 없다. 그게 록밴드 '부활'이다.

사진 제공 : 부활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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