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 목련

요즘 같이 추운 겨울을 지나 따스한 봄날의 문턱에 들어서는 계절이면 양희은의 노래인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 모습/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라는 가사가 떠오른다. 이 노래의 쓸쓸한 분위기가 풍기듯 목련의 꽃말은 '이루지 못할 사랑'이다.

우리에게 따뜻한 봄 소식을 미리 알려주는 전령으로 목련과 개나리, 매화 등이 있다. 사실 봄의 전령들에게는 쓸쓸함이 아니라 추운 겨울을 인내하고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꾸준히 하루하루를 참아 온 강인함이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아무리 절실하다 해도 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듯이 이른 봄의 하얀 목련꽃에 감동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차근차근 봄을 준비하여 삭풍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봄이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겨울이 아무리 맹위를 떨쳐도 봄을 키우는 마음이 있는 한 약해질 수밖에 없듯이 말이다.

목련 꽃봉오리가 봄을 피워가면 온 세상은 따뜻해지며 형형색색의 꽃들로 산과 들이 물들게 된다. 겨울에서 봄으로 전환하는 시기, 겨울 내내 움츠려 있던 어깨를 펴고 나들이하기가 좋은 날씨에, 살랑살랑 꽃바람이 더하면 향기로운 꽃내음에 취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새하얀 목련꽃이 피는 아름다운 계절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꽤 있다. 다름 아닌 알레르기 비염환자들로 꽃가루 등이 바람에 날리면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으로 고생을 한다.

알레르기에 의한 이상반응은 전신에 나타나지만 최근 주거환경의 변화, 대기오염과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많은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특히 환절기에 코에 과민반응을 일으켜 나타나는 알레르기 비염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 증상뿐 아니라 눈이나 목안이 가렵고 눈물이 나고 냄새 맡기가 힘들어지며 만성피로를 동반하는 등 다양한 전신증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업무와 학업 수행능력을 방해한다.

이러한 알레르기 비염은 한방에서 분체(噴涕), 비체(鼻涕)라고 불리는 질환으로, 우리 몸의 선천적인 양기가 허약해져 면역력이 떨어지고 인체의 표피를 방어하는 기가 허약해졌거나 기후변화 등에 의해서 유발된다. 치료에는 다름 아닌 목련 꽃봉오리가 많이 사용된다.

목련에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꽃봉오리가 모두 북쪽을 향해 임금에 대한 충절을 아는 꽃이라 하여 북향화(北向花), 붓끝을 닮았다 하여 목필화(木筆花)라 하며,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 하여 영춘화(迎春花)라 하고, 옥같은 꽃에 난초 같은 향기가 난다 하여 옥란(玉蘭), 그리고 나무에 피는 꽃이 연꽃 같다 하여 목련(木蓮) 등으로 불린다.

목련의 꽃은 향수로도 사용되며, 나무는 목재로 사용되고,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는 예부터 약재로 이용돼 왔다. 한의학에서 목련꽃이 개화하기 전에 꽃봉오리가 맺힌 것을 신이(辛夷)라고 하는데, 불에 약간 볶아서 약재로 사용한다. 신이라는 이름은 매운 맛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성질은 따뜻하며 맛은 맵다. 신이는 호흡기 계통에 이용되는데 특히 코질환에 많이 쓰이는 약재다. 신이는 주로 찬바람에 감촉되어 일어나는 두통, 오한, 콧물 등의 감기 증상이나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의 알레르기 비염 증상과 누런 콧물이 나오며 코의 후각이 떨어져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두통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축농증 증상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속이 냉해서 소화가 되지 않고 자주 체하면서 위(胃) 부위가 아픈 증상에 응용할 수도 있다.

신이에는 특유의 아로마향을 지닌 정유(精油) 성분인 피넨(pinene)과 시네올(cineole)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코 질환과 두통에 효과가 있다. 비염에 수렴작용이 있어서 점막 표면을 보호하는 동시에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국부의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분비물의 흡수를 촉진시키므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증상을 완화시킨다.

신이는 성미가 맵고 따뜻해서, 전신이 무기력하고 피로를 많이 느끼며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리는 기허증(氣虛證)이나, 체중이 줄고 입이 마르며 목구멍과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잘 놀래는 등의 음허증(陰虛證)으로 인한 증상에는 복용에 신중해야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